"참 X같은..." '버스 차장'의 석방을 기원합니다

등록 2011.11.30 15:12

수정 2011.11.30 15:19

                 새벽 대포항
                 밤샘 물질 마친 저인망 어선들이
                 줄지어 포구로 들어선다

                 대여섯 명이 타고 오는 배에
                 선장은 하나같이 사십대고
                 사람들을 부리는 이는
                 삼십대 새파란 치들이다
                 그들 아래에서 바삐 닻줄을 내리고
                 고기상자를 나르는 이들은, 한결같이
                 머리가 석회처럼 센 노인네들뿐

                 그 짭짤한 풍경에 어디 사진기자들인지
                 부지런히 찰칵거리는 소리들
                 그런데 말이에요
                 이거 참, 좆같은 풍경 아닙니까
                 부자나 정치인이나 학자나 시인들은
                 나이 먹을수록 대접받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왜 늙을수록 더 천대받는 겁니까

                                                -시, 송경동 '참, 좆같은 풍경'

                아직도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달달한 시가 아니라
                에스프레소 마냥 진하고 묵중한 시를 쓰는 사람.

                그 사람이
                늙은 노동자를 위해 '희망버스'를 기획했습니다.
                대세가 된 정리해고에 맞서 35m 고공 크레인에 혼자 올라
                수백일 농성을 벌이는 늙은 여성 노동자를 살리자며
                희망버스 차장을 자처했습니다.

                희망버스의 힘으로 늙은 여성 노동자는 생환했지만
                시인은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시인에게 필요한 건, 펜과 종이와 자유일진데
                아직도 이런 시인이 못 마땅한 정부가 있습니다.
                시인의 말 마따나 이거 참, 좆같은 풍경 아닙니까.

                그나마 올해 신동엽창작상(연예인 '신동엽'이 아닙니다)은
                여전히 자신 시에 '노동자'를 등장시키는
                그 시인에게 수여 됐습니다.

                시인의 석방을 기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착한빨갱이(http://blog.naver.com/cnsisa)에도 게재.

덧붙이는 글 블로그 착한빨갱이(http://blog.naver.com/cnsisa)에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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