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N 게시판홍대에 위치한 수유너머N 내부의 게시판
손아름
교수NO! 꿈을 찾는 시간강사 최진석씨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최진석씨는 2001년부터 수유너머에 참여했다. 대우가 좋지 않지만 시간강사는 교수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그가 명망 높은 교수가 아닌 인문학 연구자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라는 것이 시험기간에만 하는 것이고, 학교 졸업 후에는 공부와는 무관한 삶을 살게 되잖아요. 저는 삶과 배운 것이 일치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만약 제가 교수가 되려고 했다면 학교나 학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공부해야겠죠. 남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욕망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는 다른 사람이 보기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닌 제가 하고 싶은 인문학 공부를 욕망해요. 저 혼자라면 무섭겠지만 함께 공유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서 힘을 얻죠."물론 그는 가난하게 살아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는 외부적 조건이 아닌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기준에 맞추어 사는 삶은 최진석씨에게 의미가 없다고 한다.
"수유너머 연구소에 살면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최소한으로 살자는 것이지, 빈궁하게 살자는 것이 아니에요. 욕망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기준, 다른 욕망으로 살자는 겁니다."교사 NO! 나를 찾는 전직 교사 정행복씨정행복씨는 중학교 윤리교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동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꿈의 직업인 교사를 버리고 그녀가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행복씨는 2008년부터 수유너머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윤리교사로 10년 동안 일하면서 제도권의 벽을 탈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지내는 삶은 좋았어요. 아이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이 그나마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꼭 학교 안에서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어요.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수유너머라는 공간을 알게 됐습니다. 전세비와 퇴직금을 가지고 올라왔어요. 그런데 이 돈으로는 서울에서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힘들더라고요."그녀는 자신이 바라는 '대안적인 삶'을 찾았을까.
"교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인문학 공부를 선택한 것을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죠. 누군가를 만나서 이것저것 고민하고 실험해 보면서 대안을 찾고 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행복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누구나 꿈꾸는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변변한 수입도 없이 수유너머에서 지내는 정행복씨의 돈 씀씀이는 어떻게 될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품위유지비라는 게 있잖아요. 사람을 만날 때도 돈을 많이 쓰고요. 하지만 여기 와보니 실제로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수유너머에서는 직접 밥을 해먹잖아요. 한 끼 식사비가 2000원이었기 때문에 하루에 4000원이면 식비가 해결되더라고요. 직장생활 할 때보다 나가는 돈이 적죠. 저는 아직까지는 퇴직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강의료를 받기도 하지만 생계유지에는 큰 도움이 안 되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생계를 위해 대책을 연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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