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역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 달려가는 기차길 건널목, 사진 뒤쪽이 해운대 바다다.
김종성
포근한 느낌이 드는 부산의 겨울 바닷가 평소엔 한참 꿈나라를 해멨을 새벽녘 컴컴한 해운대역에 도착하니 역무원 대신 뽀얀 안개가 온몸을 감싸며 반긴다. 애마 자전거를 타고 바로 앞에 있는 해운대 바닷가를 향해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고씽. 아무도 없는 해운대 바닷가엔 이 시간에도 불밝힌 '할매 돼지국밥집'이 있어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하고, 조명과 달빛을 받은 파도가 찾아와주어 그리 적막하지만은 않다.
여름 내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린 바다는 겨울이 돼서야 비로소 재충전을 하며 쉬고 있는 듯 편안해 보이고 파도소리도 세차지 않고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한파가 들이쳐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한 서울에서 몸을 움츠리고 찾아온 여행자를 해운대는 부드러운 파도와 함께 포근하게 맞아준다.
돼지국밥의 후식으로 바닷가 편의점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다위로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편의점 아저씨의 예언대로 날씨가 흐려 멋진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 작은 미포 선착장에서 밤새 고기잡이를 마치고 들어오는 어선들과 빨간 대야에 담긴 살아 펄떡이는 장어, 문어, 오징어 등을 파는 새벽녘의 부산 아지메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 바닷가 여행은 게으른 나를 반성하게 하고 삶의 치열함을 일깨워주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