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자동차세는 올리고 자전거세는 점점 낮아졌다. 자전거는 서민용 생활수단, 자동차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이었다. 1987년초까지도 소형자동차는 사치품으로 여겨져 꽤 높은 특별소비세가 붙었으니 자동차가 흔한 탈 것이 된 것은 최근 일이다.(사진은 1980년대 초 출시된 포니픽업)
김대홍
1931년 4월 1일 경기도청은 차량세를 낮췄다. 동력이 없는 일반자전거는 2원에서 1원50전으로, 영업용인력거는 1원50전에서 1원으로, 짐을 싣는 우마차는 3원50전에서 2원50전으로, 짐수레는 2원에서 1원 50전으로 낮춘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경상남도 또한 차량세를 낮췄다. 1원으로, 이전에 비해 50전을 줄였다. 차량수가 얼마 되지 않는 인력거 세금은 없앴다. 같은 시기 평안남도 또한 차량세를 낮췄다. 자전거는 3원에서 1원80전으로 자동차(10인승 이상)는 40원에서 30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자전거로 먹고 사는 이들은 자전거세금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배달을 해야 하는 식당을 비롯, 야채와 육류를 파는 가게, 신문사 지국, 납품업체 등 자전거로 먹고 사는 이들은 아예 세금을 없애는 게 목적이었다. 1931년 11월 14일 전조선자전거세철폐기성회의 평북지구가 평북도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1932년 3월 19일 전북 이리읍은 신년도 예산관련 회의를 열고 자전거세금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회의결과는 만장일치. 1936년 3월 6일 충남도의회는 자전거차량세를 폐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물론, 전체 흐름에 역행하는 시도도 있었다. 그해 전북도는 자전거에 달아 화물을 운반하는 리어카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군산상공조합과 수이입상조합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미 자전거에 세금을 매기는 상황에서 리어카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은 2중과세라고 항의한 것.
이러한 갈등은 1930년대 말까지 이어졌다. 비록 자전거세금이 사라지는 추세였으나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1939년에도 자전거 탈세를 빌미로 특별조사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대전부에서는 현하 비상시국이 잇음에도 불구하고 일반대중은 여러 가지 묘한 방법으로서 탈세행동이 만흠을 통감하여오던중 그중에도 자전거의 탈세행동이 제일 심함을 착안하야 금월 1일부터서 오는 20일경까지 취체기간으로 하야 엄중히 감시하기로 하고 감찰이 없는 자전거와 그외에 탈세행동을 한다고 인정하는 자전거는 전부 송도리채 압수한다는데 감찰없는 자전거는 화를 면하기 위하야 곧 감찰신청을 하기를 바란다 한다."-동아일보(1939년 3월 9일)어쨌든 자전거 세금은 점차 낮아졌고, 결국엔 사라졌다. 그와 함께 자전거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한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시 자전거 세금을 부활한다면 자전거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더러워서 자전거 안 탄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도 아니다. 지금이야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이 1% 안팎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10%를 넘어가게 되면 세금 문제가 화두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과연 의원들은 어떤 명분으로 세금 문제를 꺼낼 것인가. 역사는 다시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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