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김찬순
내 인생의 가을은 이제 몇 번이 남은 것일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가오는 계절마다 특별한 의미를 읽게 된다. 그러고보니 이 가을 바쁜 일도 특별히 없이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지난 25일 감기 기운이 있지만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나만의 만추를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 부산 명륜동지하철역 앞에서 내원사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달리는 차창 밖 하늘은 손을 넣으면 푸른 잉크물이 들듯 파랬다.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 날씨가 쌀쌀해 지는가 싶더니, 내원사 가는 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정말 산행하기는 적당한 날씨였다.
내원사 산문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내원사 경내에 들어서니 내 눈에 확 불이 들어왔다. 그것은 감을 정성껏 깎아 줄줄이 실에 꿰어 걸어 놓은 곶감인데, 얼마나 곶감 말리는 풍경이 이쁜지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곶감을 말리는 이의 정성을 생각하니, 마치 난 이 곶감 풍경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것 같았다. 그리고 마른 곶감끼리 부딪혀 댕댕 종소리가 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