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고추를 싣고 온 한 생산농민이 고추특화시장에서 경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돈삼
트럭에서 고추가 내려지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의해 금세 마대포대가 풀어 헤쳐진다. 손전등을 든 사람들이 불빛을 비춰가며 이리저리 살펴본다. 어떤 이는 고추를 한 움큼 쥐어 손전등 불빛에 비춰본다. 포대 깊숙이 손을 넣고 고추 한 움큼 빼내 살피기도 한다. 라이터 불을 밝히고 살피는 눈길도 보인다.
"후레쉬하고 라이터 불빛하고 보이는 게 달라. 이것으로 한 번 더 봐야 고추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거든."
한 상인은 고추 하나를 쪼개 코끝에 대본다. 입으로 깨물어보기도 한다. 능숙한 솜씨다. 좋은 고추를 고르기 위한 것이라는데, 길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추 장사는 아무나 못해. 백날 봐도 모르는 사람은 몰라. 우리는 보고, 만져보고, 맡어보믄 금방 알제. 저울도 필요 없어. 들어보믄 돼."상품이 맘에 들면 바로 흥정에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생산자와 조금이라도 깎아보려는 상인들의 줄다리가 시작된다. 그 옆으로 흥정을 거쳐 상인들의 손으로 넘어간 큼지막한 고추 포대가 줄지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