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업일수 190일을 기준으로 만든 초등시간표예시안입니다. 수업시수를 줄이지 않다보니 평소에는 교과수업만 하고 금요일 6교시만 창의적체험활동시간, 그것도 동아리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예시안을 짰습니다. 1학년은 1시간도 넣기가 어려워 금요일 3, 4교시에 격주로 번갈아가면서 운영하게 되어있습니다.
신은희
이런 방식은 2009개정교육과정이 아니라 1992년도에 만들어진 6차교육과정의 특별활동운영방식과 별 차이 없다. 주5일제를 맞아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셈이다. 이건 내년만이 아니라 새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수년 간 지속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엉터리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하고도 교과부는 여전히 앵무새처럼 2009개정교육과정이 주5일제에 적합한 교육과정이라고 발표하고 있으니 학교현장은 답답할 따름이다.
수업시수 줄이고 교육과정 전면 개편해야지금 상황을 보면 주5일 수업은 도입취지와 달리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삶의 질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학습부담이나 교육과정을 후퇴시키는 등 도입 취지와 반대로 가고 있다. 한마디로 전혀 먹지도 못할 감을 던져준 셈이다.
그럼 주5일 수업을 제대로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초중고 수업시수를 주5일 수업이 가능하도록 줄여야 한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의 공동연구로 학년별, 급별 교육내용검토를 거쳐 재구성방안을 마련하면 교사차원에서 이걸 바탕으로 수업을 해나갈 수가 있다. 학기말쯤 가면 진도가 거의 끝나기 때문에 시수를 줄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교육내용이 조절되면 학생들이 훨씬 다양하고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2009개정교육과정을 다시 수정고시(내용을 바꿔 다시 고시하는 것)해야 한다. 어차피 수업시수를 줄이려면 교육과정편제를 손봐야 한다. 또 2009개정교육과정(총론)은 도입 당시에도 졸속개정으로 비판이 많았고 올해 적용과정에서도 국영수 몰입교육이 심화되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 고시된 2009개정교육과정에 의한 교과교육과정(2013년부터 시행예정)은 자유민주주의논쟁과 5․ 18 민주화운동 삭제에 따른 논란, 중학교 3년치 교과서를 6개월간 만들어야 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폐지주장이 높다.
셋째, 학교에 편중된 돌봄교실, 방과후교육을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주5일수업이 시행된다면 교사와 학생 피로도가 높고 오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방과후 교육활동도 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이 주5일제를 하는데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학교로 불러들일 필요도 없다. 특히 도입 당시부터 지역에 기반을 잡지 않고 학교를 이용해 활동한 각종 청소년단체는 학교에서 폐지하고 지역에서 터를 잡아야 한다.
또 이 기회에 지역사회에서 지역아동센터를 확대하고 지역주민들이 활동할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벌써 일부 지역자치단체들은 주5일제수업에 맞춰 교원단체등에도 적극적인 제안을 하거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체육 인프라를 활용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고용정책측면에서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넷째, 교과부와 정부는 주5일 수업제 도입에 맞춰 우리 나라 모든 국민이 주5일 근무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4년부터 주5일제가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늘 사각지대는 있어왔다. 학교에서 당분간 돌봄교실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주5일 근무와 무관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노동시간 단축 및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데 앞으로도 이들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과부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수 년만에 시행되는 주5일 수업제가 학교마다 지역마다 변형되고 왜곡된 모습이 아니라 전면도입되어 우리 사회를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위에 제시된 시간표는 현재 초등학교 상황과도 맞지 않고, 주당수업시간계산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5,6 학년은 내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이 아니라 2007개정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저보다 수업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학교는 당장 내년도 교육과정에 골치를 앓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는 다음 기사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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