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추진을 민주당의 당론으로 결정합시다

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들께 드리는 신기남의 통합추진 제안

등록 2011.11.23 16:54수정 2011.11.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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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의 운명을 결정할 민주당 중앙위원회가 11월 23일 개최됐습니다. 통합신당 추진이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중앙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는 성명서(11월 11일 자)를 발표했던 저를 포함한 31명의 지역위원장들의 뜻이 수용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11월 3일 당 지도부가 '민주진보 통합신당' 건설을 선언한 후 20일이 지나고 나서야 당헌이 정한 수임기구의 논의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그동안 진행된 통합논의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통합추진 때문에 발생한 불필요한 당내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책임 있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통합의 주인공은 지도부가 아니라 당원과 국민들입니다. 야권통합을 진정 실현하고자 한다면 앞으로의 논의과정은 반드시 당원과 국민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통합협상 결과에 대한 중앙위원회의 승인권한을 집행기관인 당무위원회에 위임해 달라'는 지도부의 요구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명운이 걸린 통합의 원칙과 방식에 대한 결정은 당헌이 정한 수임기구이자 대의기관인 중앙위원회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당론 통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 개최 후 통합추진'은 잘못된 노선입니다.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통합추진'이라는 명분과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야권통합의 발목을 잡는 사실상의 '반(反)통합' 노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총선까지 남아있는 일정을 감안할 때 '연내 통합정당 건설'이 미뤄지면 야권의 혼란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내부의 기득권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대승적 합의와 통합 지도부 선출이 늦어지면, 야권통합정당 건설은 각 세력의 이해다툼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국민들에게 12월 17일 야권통합정당의 탄생은 이미 기정사실처럼 굳어졌습니다. 야권통합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42%를 넘고, 한나라당을 10% 이상 앞선다는 민주당의 조사결과는 야권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전당대회를 뒤로 미루고 민주당끼리 지도부를 따로 뽑자는 것은 어렵게 언덕을 넘어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통합의 수레를 억지로 세우고 처음부터 다시 비탈길을 올라가자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야권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당리당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12월 17일 전당대회에서 신당 통합이 부결되면 어쩔 거냐'는 식의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11월 23일 중앙위원회에서 통합에 대한 당론을 확정해야 합니다. 통합 찬성이든 반대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결과에 승복하면 될 일입니다. 만약 전당대회에서 직접 통합의 가부를 정하자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당의 운명을 볼모로 당원을 협박하는 무책임한 발상일 뿐입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중앙위원회가 통합추진을 위해 세 가지를 의결할 것을 제안합니다.

 

첫째, 통합신당 추진을 민주당의 당론으로 확정합시다.

둘째, 통합일정과 방식에 대한 협상권한을 최고위원회에 위임합시다.

셋째, 통합협상 결과에 대한 승인 여부는 중앙위원회를 재소집해 결정합시다.

 

다만, 당 지도부가 구상하듯이 신당 창당과 동시에 통합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야권통합 연석회의'에서 검토 중인 국민참여경선이 채택될 경우, 통합신당 지도부에 출마할 분들과 새로 모집할 선거인단의 당적을 12월 17일 경선 전까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법이 마련되기 어렵다면, 12월 17일 통합신당 창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고, 지도부 경선은 선거인단 모집과 최소한의 경선일정 등을 감안해 3주 후인 1월 7일에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2003년 11월 11일 창당대회를 열고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는 두 달 후인 1월 11일에 별도로 개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11월 22일 한나라당이 한미FTA 재협상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대한민국 1%의 이익을 위해 99% 국민들을 더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뜨릴 망국의 노예계약에 도둑질하듯 서명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뼈저린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이번 사태에는 우리 민주당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연이은 민심의 심판으로 궁지에 몰려 국민의 눈치를 살피던 정부와 여당에게 보란 듯이 날치기를 감행할 수 있는 명분을 줬던 것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무원칙한 타협론과 무사안일주의 때문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는 원내의 무원칙한 절충론이 초래한 혼란 속에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이는 정국의 주도권을 한나라당에게 넘겨버린 쓰라린 경험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실정에 분노한 국민들이 민주당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당헌 1조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국가의 미래와 당의 정체성이 걸린 한미 FTA와 같은 중대 현안에 대한 당론 결정은 앞으로 의원총회가 아니라 전당대회를 대신할 유일한 대의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이것도 11월 23일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할 것을 제안합니다.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은 오직 당원들에게만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당 상임고문이며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입니다.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1.23 16:54ⓒ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민주당 상임고문이며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입니다.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합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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