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몹 참석자들이 매장내 통로를 파자마 및 병원복 차림으로 활보하고 있다.
김영욱
22일 오전 11시 20분,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파자마와 병원복 차람의 고객으로 인해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약 20여 명의 '잠옷 부대'는 매장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매장 직원뿐 아니라 고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어머, 저게 머야', '병원복 입고 쇼핑왔네' 등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웅성거림으로 매장은 술렁였다. 이번 플래시몹(flash mob) 행사는 지난 6월 29일 영등포 롯데백화점에서 '휴일에는 휴식을 밤에는 수면을!'이란 주제로 열린 퍼포먼스 이후 두 번째다. 이날 플래시몹에 참석한 약 20여 명의 NGO 단체 회원들은 여성의 노동권과 휴식권을 박탈한 대형유통재벌의 24시간 영업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약 10여 분 동안 진행된 플래시몹은 매출 증대를 위해 신성한 노동권마저 이윤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켜 버리는 대형유통재벌의 비도덕적 영업 관행을 꼬집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행사를 함께 주관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6월 29일 '유통서비스 노동자 및 환경보호 특별법 제정 전국연석회의' 발족 이후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영업 시간 규제에 대한 사회적 확산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운동을 펼쳐왔다"며 "이번 플래시몹은 영업 시간 규제 필요성의 연장선상에서 두 번째로 마련된 것이며, 이러한 움직임들이 최근 민주당 이미경 의원을 주축으로 한 18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근로자 보호와 대규모점포 등의 주변생활환경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플래시몹 행사 이후 연이어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화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박정만 변호사는 "선진 유통 국가에서조차 24시간 영업을 엄격히 규제하는데 국내 현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이번 플래시몹 행사가 여성 근로자의 노동권과 휴식권을 확보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현재 이 법안이 한미FTA 비준 문제로 인해 여야 의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의 '행복찾기' 차원에서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 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번에 또 다시 국회에서 사장된다면 전국연석회의 단체들과 힘을 모아 이번 플래식몹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법안은 3년째 국회에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변은 지난 2009년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기업형 대형마트의 품목제한 및 영업시간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한 특별법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인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WTO에서 제소당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영업의 자유 침해소지가 있다는 정부 의견으로 인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민변측 설명이다.
"선진 유통 국가에서도 24시간 영업 규제... 국내 현실은 거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