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한 코너의 '서울메이트'의 한 장면.
KBS
최근 MC Meta, DJ Wreckx(메타와 렉스)의 디지털 싱글앨범 <무까끼하이>가 기상천외한 이유로 방송 심의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무까끼하이'는 전라도 방언 '거시기'와 비슷한 뜻으로 이 곡은 대구 지역의 사투리를 이용한 구수한 래핑이 특징인데 경상도 사투리가 일본어 같다고 해 불가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사투리를 일본어 같다고 한다면 서울말만 한국어란 말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저는 부산에 위치한 부경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대학은 한 교육 강좌 때문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로 '표준어구사능력향상과정'이 그것인데요. 사실 저는 우리 대학에 그런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언론들의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어쨌든 지난 17일 취재를 요청하기 위해 부경대 언어교육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놀랐습니다. 이미 크고 작은 언론사는 물론이고 MBC, KNN 등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했고, 방송이 나갔다고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17일에는 <부산일보>도 취재를 왔습니다.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또 취재 왔나 봐", "방송 보니까 니 얼굴 크게 나왔더라"라며 낄낄 웃어댔습니다.
솔직히 말해 부산의 한 국립대가 '표준어능력향상'이라는 강좌를 연 것이 이처럼 많은 기사가 나올 정도로 특별한 일인지 의아했습니다. 대부분 기사 제목들이 "지방대에 등장한 '사투리 지우기' 강좌"처럼 노골적이거나 "궁디를 주차 뿌까", "서울말은 끝만 올리면 된다면서↑" 등 <개그콘서트>의 '서울 메이트' 코너를 끌어와 희화화했습니다.
지방대생의 자격지심일까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의아함을 넘어서 언짢아졌습니다. 사투리는 표준어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다분히 드러내기도 했고 지방보다 서울이 우위에 있다는 무언의 권력관계가 적잖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진행하는 구예진 실장도 일부분만을 보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두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꼭 그렇게 서울말까지 교육하느냐는 식으로 기사가 나간 것을 보면 본래 의도와는 완전 반대된다"며 "강의는 서울말을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부터 깨고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서울말을 쓰고 싶으면 서울말을 가르치는 학원에 가라고 말한다"고 말했습니다. '표준어'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공용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학교에서 '표준어능력향상'이라는 강좌명을 붙였을 뿐이지, 이 교육은 서울말로 억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의사전달이 원활하도록 스피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서울말을 써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식으로 절대 교육하지 않으며, 오히려 잘 쓴 사투리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교육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사투리를 과도하게 사용하다보면 강한 억양에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고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강의 들어봤더니... 표준말 교육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