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9월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후 신 전 차관은 지난 10월 9일과 13일, 16일, 11월 21일 등 총 4차례에 소환조사를 받았다. 한 차례 소환될 때마다 평균 10시간 이상 조사받았다. 소환횟수나 소환조사 시간으로만 본다면 나름 강도 높은 조사였다.
이 회장은 약 10년간 10억여 원의 금품을 신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현금과 상품권, 법인카드, 차량 등 10억여 원의 금품을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신 전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도 이 회장의 '금품제공'은 계속 이어졌다.
이 회장의 폭로는 아주 절묘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당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핵심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거액의 상품권과 골프접대를 받아 검찰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정권 실세인 신 전 차관의 '스폰서 의혹'이 불거져 여권이 위기감에 휩싸였다. 특히 김두우 전 수석(<중앙일보>)과 신 전 차관(<한국일보>, <조선일보>)이 모두 주류언론의 간부출신이었다는 점이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의 폭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3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결국 신 전 차관은 일부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가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명절 때 상품권을 받고 법인카드를 받아 쓴 적은 있지만 이것은 모두 이 회장과의 친분관계에 따른 것이다. 총 1000만 원 이하의 편의를 제공 받았을 뿐 거액은 받지 않았다. 게다가 대가성도 없었다."
신 전 차관이 받은 금품의 액수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대가성이 없었다"는 진술은 이 회장의 주장과 일치했다. 하지만 3차례 소환조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 10월 17일 이 회장과 함께 신 전 차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이 이 회장에게 받은 금품은 1억300여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 검찰이 내세운 '대가성의 근거'는 신 전 차관이 SLS조선소와 관련한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와 관련해 이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허가 과정에서 문화체육부 차관이었던 신 전 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 실세를 구속하기 위한 '근거'로는 약했다.
법원도 검찰이 청구한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추가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영장기각 사유였다. 현 정권 실세와 이 회장을 모두 구속시켜 '이국철 폭로 사건'의 여파가 여권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던 검찰의 시도가 좌절된 셈이다.
대가성의 명백한 근거인 검찰 구명로비는 전혀 수사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