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씨.
오마이뉴스
MBC <황금어장>의 메인코너는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였다. 윤종신, 김국진, 김구라 등이 진행하는 '라디오스타'는 인기 많은 '무릎팍 도사'에 끼워 놓은 곁다리 코너였다. '무릎팍 도사'의 방송 분량이 많아지면 아예 방송을 타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최근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인기는 잘나가던 때의 '무릎팍 도사'에 못지않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국회의원과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쫄깃한 입담을 뽐낸다. 그렇다면 나꼼수의 경제편인 '나는 꼽사리다'(나꼽살)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고백하고 있지만 '나꼼수'의 인기에 꼽사리 끼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18일 코미디언 김미화씨와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경제학 박사,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이 출연하는 '나꼽살' 1회가 팟캐스트를 통해 배포됐다. 나꼼수에도 출연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겹치기 출연에 방송 편집까지 맡았다.
나꼽살은 '가카 헌정방송'인 나꼼수와 구성도 비슷하다. '대한민국 99%를 위한 편파 방송', '1% 기득권을 제외한 99%를 위한 편파방송'이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또 '누나 전문방송'은 못 되도 '누나 설득방송', '누나 설명방송'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출연자들의 '누나'로 대표되는 김미화씨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FTA 다룬 첫 방송... 김진표 원내대표 맹비판나꼽살 첫 회 주제는 최근 정계 최대 화두인 한미FTA. 가장 논란이 되는 독소조항부터 참여정부 시절 FTA협정 과정의 뒷담화까지 훑는다.
김어준 총수의 역할은 김미화씨가 맡았다.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진행한다. 최근 CBS라디오를 통해 방송에 복귀한 김씨는 시사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질문을 적제적소에 던진다. 한미FTA를 시작한 참여정부를 향해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들을 거침없이 뱉는다.
우석훈 박사와 선대인 부소장은 김씨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한다. 딱딱하고 어렵게 인식되는 경제 분야를 쉽고 어떻게든 재미있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김용민씨는 나꼼수에서 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나꼼수처럼 웃음이 터지는 곳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지루해질 때쯤이면 적절하게 웃음이 나오는 대화가 오간다. 우석훈 박사가 금융파생상품을 설명하면서 "와리깡"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나꼼수 같은 큰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중간중간 특정인물을 잘근잘근 씹기도 한다. 이번 회에는 한미FTA 국회비준을 은근히 밀어붙이고 있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표적이 됐다. 김 대표가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시절 그 아래서 일했던 우석훈 박사의 충격적인 폭로도 나왔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에게 '합의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밖에 '경제'하면 안 나올 수 없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살짝 언급된다. 강 회장은 이야기 꺼리가 무궁무진 할 것으로 보인다. 나꼽살에서 주목해야할 인물이다.
가장 웃음코드가 적은 건 선대인 부소장이다. 말이 느리고 길다. 또 누가 말을 끊고 들어오면 무지 답답해한다. 말을 끝까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또 재미를 유발한다. 그래서 나중이 더 기대되는 캐릭터다.
딱히 스포일러라고 할 만 한 건 없지만, 방송을 듣는 사람들을 위해 세세한 방송이야기는 여기서 줄인다.
"유익하다", "재미없다"... 엇갈리는 반응나꼽살은 18일 팟캐스트에 등록되자마자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조회수가 폭발적이거나 팟캐스트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나꼼수의 인기 효과를 확실히 받는 모습이다.
방송에 관한 평은 다소 엇갈린다. 방송이 올라와 있는 팟캐스트 <딴지라디오>에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의견부터 "어려운 경제분야를 쉽게 풀었다"는 호평까지 각양각색의 리뷰가 있다.
누리꾼 '해피모모'는 "나꼼수는 꼼수로만 가야지 여기에 뭔가 끼워 넣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라며 "나꼼수 인기에 편승하기에는 방송 전개가 아직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누리꾼 '리우미'는 "어색해도 첫 방송이다. 부도덕한 정권에 당당히 소리 높일 수 있고, 우리에게 눈 뜰 수 있도록 해준 그들을 마땅히 칭찬하고 보호해야 한다"라며 "더 좋은 방송 부탁하고 감사하다"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나꼽살은 지난 17일 두 번째 녹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부동산 문제다. 그밖에도 재벌경영, 세금, 토건사업 등 경제 분야의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들을 매주 1회 방송으로 쉽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조금씩 비중을 넓혀 <황금어장>의 간판 코너가 된 '라디오스타'처럼 '나꼽살'이 또 다른 '나꼼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