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자료사진)
유성호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농어촌특별세이다. 애초 10년 동안만 걷겠다고 한 농어촌특별세는 다시 10년이 연장되었다. 시민들이 집이나 땅을 취득할 때 내는 농어촌 특별세는 이때부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이 소득세를 낼 때 농어촌 특별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때부터 시작했다. 2011년에 시민들로부터 걷을 농어촌 특별세가 4조 2천억 원이니 막대한 돈이다.
김대중 정부의 1999-2003까지 총 42조 원를 쓰는 <농업농촌발전계획>, 노무현 정부의 2004년~2013년 동안 총 119조 원을 쓴다는 <농업·농촌대책>,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2017년까지 22조 원을 쓴다는 < FTA 국내보완대책 >도 그 뿌리에는 농어촌 특별세가 있다.
그렇다면 지난 17년 동안 걷어간 농어촌 특별세는 성과가 있었는가? 세금을 사용하여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목표가 실현되었는지를 보자.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농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마련한 것이 <농어촌발전대책>이다. 그 '10대 핵심 시책'이란 것이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 농어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할 가족 전업농 15만호 육성'이다. 여기서 전업농이란 무엇일까?
정부 자료는 이를 "농어업 소득으로 교육, 문화생활비를 포함하는 가계비를 충당하고, 경제 잉여로서 확대 재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가 가능한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가"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도시 근로자 상위 30% 소득계층의 가구당 평균 소득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소득"을 올릴 농가라고 설명한다. (농림부, 1994, 농어촌 발전대책 및 농정개혁 추진 방안)
쌀의 경우 3헥타 이상의 전업농이 정책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노무현 정부의 119조 원 <농업·농촌 종합대책>에서도 첫 번째 목표였다. 과연 도시 상위 30%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전업농 15만호가 육성되어 한국 농업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가?
농가 중 1%만 농사 지어 가계비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 놀랍게도 도시민들이 농어촌특별세를 내기 시작한 1995년과 비교해서 2009년의 평균 농업소득 자체가 오히려 감소했다.(통계청, 농가경제조사) 현재 이용 가능한 자료로서 1995년과 가장 근접한 1999년을 기준으로 2헥타 이상의 농사를 짓는 농가는 농업소득으로 가계비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한국여성개발원, 여성농업인의 취업유형별 소득전망과 정책개발) 이런 여유가 있는 농가들이 전체 농가의 6.5%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2010년 기준으로, 농업소득만로 가계비를 모두 해결하려면 10헥타 이상의 농사를 지어야 한다. 심지어 7헥타에서 10헥타 사이의 농가들도 농업소득만으로는 가계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 (통계청, 2010 농어가 경제조사 결과)
2010년 농어업센서스의 자료로 추정하면 10헥타 이상 농가는 전체 농가의 1%가 되지 못한다. 즉 이제 농가 중 1% 정도만 농사 소득으로 정상적 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김영삼 정부의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극소수의 농가만이 농사를 지어 윤택한 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대농조차 더 이상 농사로는 자녀 교육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철저한 실패다. 김영삼 정부의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농업대책은 철저히 실패했다. 2010년의 농어업센서스는 농가의 68%가 연 농산물 판매액이 천만 원이 되지 못하는 빈농임을 보여 준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농가들이 한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도시민이 해마다 수 조 원씩 낸 농어촌 특별세는 도대체 어디에 썼나?
아직 겪지 못한 FTA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