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절여진 배추, 곧 양념과 버무러져 김장김치가 될 것이다. 아무려면,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맛난 세상되면 좋겠다.
김민수
사람들이 떠난 동네는 쓸쓸했다.
골목길을 걷는 사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미행하며 뒤쫓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두 번이나 마주친 것도 모자라, 멀찌감치 앉아 그가 나를 먼저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연이 아니라면, 내가 그를 좇은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미행한 것이 맞다.
그날, 최근 재개발지구로 확정이 되었다는 축하 현수막이 붙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재개발지구와 인접한 마천동 골목길도 들렀다. 이런 추세 혹은 이런 개발양상이라면 이곳도 머지않아 몽땅 때려부수고 성냥갑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지구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그 쓸쓸함 가운데에도 사람의 흔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도 사람, 사람이 늘 그리운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푸근한 것이다.
그래, 쓸쓸하고 외롭고 때론 아픈 모든 것들이 양념이 되어 저려진 배추에 들어가는 속이 되어 김장이 되고, 풋풋한 맛을 넘어 묵은지 맛을 내기까지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사진을 담고 보니 길거리에 많은 글씨들이 있다. 길바닥엔 자동차에 적용되는 단어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 단어와 상관없이 걷는다. 재미있다.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는 듯하여서.
덧붙이는 글 | 위의 사진들은 캐논 eos 1000qd 필름카메라도 담은 것입니다. 수원시 고등동 재개발지구와 서울 송파구 거여동 재개밸지구 근처인 마천동 근처의 11월 거리풍경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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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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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금지' '일방통행'...그건 자동차에나 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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