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시작된지 두 달째인 17일(현지시간) 1만여 명의 시위대가 시청 홀 인근 폴리스퀘어에서 시위를 벌인 뒤, "우리의 사상(운동)은 쫓아낼 수 없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최경준
지난 15일 새벽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지시로 경찰이 시위대를 몰아내고 자유광장(주코티공원)을 접수했지만, 미국 법원은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다. '시 당국과 공원 소유주가 시위대의 공원 출입 금지를 통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고 판결한 것. 결국 시위대는 자유광장을 빼앗긴지 12시간 만에 다시 탈환했다. 그러나 법원은 시위대가 자유광장에서 야영하는 것까지 허용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현재 자유광장을 철제 바리케이드로 둘러싼 뒤, 임의로 입구를 만들어 광장에 들어가는 시위대가 침낭이나 텐트를 소지했는지 검문하고 있다.
경찰이 광장을 기습적으로 진압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속적으로 벌어지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계속 충돌하는 등 월스트리트 인근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또한 경찰은 수시로 자유공원 안을 순찰하면서 시위대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행동의 날'로 명명된 17일 낮, 대부분의 시위대가 증권거래소와 도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이 자유광장 안으로 들어온 경찰과 시위대 간에 시비가 벌어졌고, 결국 현장에서 한 청년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청년이 머리를 다쳐 온통 피범벅이 된 얼굴로 경찰에 끌려갔고, 이 영상 역시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시청 인근 폴리스퀘어 점거 시위에는 예상보다 많은 2만여 명의 시위대가 몰렸다. 노동조합과 학생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대의 규모가 증가했다. 아이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소피아 아페카(31)는 "지난 15일 새벽 경찰의 행동에 매우 화가 났고, 슬펐다"며 "경찰이 계속 강하게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운동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측은 자유광장에서 더 이상 야영을 하지 못하면서 시위의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시위대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추운 날씨로 인해 광장에서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었다"며 "점거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소가 아닌 작지만 다수의 광장이나 건물을 점거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날 폴리스퀘어 점거 당시 무대에 오른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청년은 자신이 이날 오전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시 당국과 경찰이) 공원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며 "왜냐하면 이것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 운동은 이미 시작됐고,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겨울을 견디고 봄이 오면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우리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며 "내년 여름이면 우리는 새롭게 바뀐 미국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약 1000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행진을 벌이다가 2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또한 댈러스, 필라델피아, 포틀랜드 등에서도 시위가 진행됐고, 역시 경찰과 충돌하면서 40여 명이 연행됐다. 미국의 대도시 외에 런던, 아테네, 스페인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 '월스트리트 점령'측은 이날 전세계적으로 최소 30여 개의 도시에서 동조 시위가 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