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산주의자다>(허영철 씀, 보리 펴냄, 2010년)
보리
사실 출판계 종사자가 국방부 불온도서 목록 선정에 대해 기준을 문제 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다 국방부가 더 이상 불온도서 목록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출판계만 손해 보기 떄문이다. 그래서 나는 국방부의 불온도서 목록 선정 기준이 다소 납득이 안 가더라도 이걸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도 조금 서운하고 아쉬운 건 말하고 싶다. 내가 제작에 참여한 책 가운데 불온도서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책이 여러 권 있는데 모두 누락된 거 같아서, 나도 '축에도 못 끼는' 편집자가 될까봐 여기 적으니, 국방부 관계자는 3차 목록을 선정할 때 꼭 참고해주길 바란다. <내가 살던 용산>(보리),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 체류기>(보리) 같은 책들도 불온도서에 오를 자격이 충분히 있지만 아쉽게 탈락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닐 테니 그냥 넘어가고 딱 한 권만 이야기 하겠다.
바로 <나는 공산주의자다>(보리)라는 만화책이다. 이 책은 2008년 국방부 불온도서에 오른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수기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보리)를 만화로 다시 그린 책이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같은 내용인데 만화로 표현한 것만 목록에 오르지 못한다면 좀 일관성이 없지 않나 싶다.
우리 회사 책만 홍보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국방부 불온도서 목록에 선정됐으면 하는 책 몇 권을 더 소개하겠다. 병역거부자들이 쓴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철수와영희)과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그린비)는 반드시 불온도서가 되어야 한다. 군대 안 가겠다는 병역거부자들 이야기인데, 다른 곳도 아닌 국방부가 이 책들을 놓친 건 좀 큰 실수가 아닌가 싶다.
노벨상 수상작이 훌륭한 작품인 건 사실이겠지만, 노벨상을 받지 않은 작품 가운데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작품이 수두룩벅적하다. 국방부 불온도서도 마찬가지일 테니, 눈 밝은 독자들은 국방부 목록에 오른 책들만 관심 가질 게 아니라 목록에 오르지 못했지만 깨알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을 찾아서 보시라. 독서문화 확산보다 내 밥벌이를 더 걱정하는 출판 노동자의 간곡한 부탁이다.
덧붙이는 글 | 이용석 기자는 보리 출판사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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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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