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 표지
(주)도서출판 푸른숲
아이는 한자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외워 그림을 그리듯 그려가며 나누어 물어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책장수 노인에게 두 냥을 주고 '嗚呼(오호)' 두 글자를 알아내지만 정자나무 아래서 두 번째로 만난 양반 나그네에겐 두 냥을 주고 세 글자 '避老里(피노리)'를 알아냅니다.
세 번째 만난 약방 의원에겐 한 냥을 주고 세 글자 敬天賣(경천매)를 알아내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 글자, '綠豆(녹두)는 양반집 도련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알아냅니다.
아이는 부보상의 아들, 미래의 부보상답게 같은 수의 글자를 점점 값싸게 알아내더니 결국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능(노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완을 발휘하지만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아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인 노래를 불러 얼마간의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아이가 알아낸 '嗚呼避老里敬天賣綠豆'는 '슬프도다.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 녹두 장군을 파는구나'라는 뜻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전하려던 서찰의 뜻을 알게 된 아이는 어떻게든 녹두 장군에게 그 서찰을 전하려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먼 길을 여행합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서서히 내 앞에 보이는 것이 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두 볼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거기 쌓여 있는 건 눈이 아니었다. 흰 옷을 입고 쓰러진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눈이 온 것처럼 들판을 덮고 있었다. 오늘 싸움에서 죽어간 동학 농민군들이었다. - <서찰을 전하는 아이> 119쪽-아이는 여행을 통해 동학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고, 동학 농민군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견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동학군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묻고 물으며 찾아갑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내장산 백양사에서 녹두 장군을 만나게 되어 아이는 서찰을 전해줍니다.
김경천에 발등 찍힌 녹두 장군... "여기 왜 오셨어요, 장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