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문화숲길 경사진 곳에는 주변의 자연석을 이용해 배수로를 내고 길을 냈다.
이재형
첫 번째는 원효깨달음의 길이기도 한 내포숲길로 원래는 광천리저수지와 수덕사를 거쳐 원효암터로 오르는 숲길인데 이날은 시간관계상 셔틀버스로 원효암 입구까지 이동해 의상암터, 원효암터를 거쳐 옥계리 저수지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이 길은 백제시대 불교가 전래됐던 길이기도 하다. 일부 구간의 경사가 급해 노약자와 학생들은 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푸르미 산악회원과 수덕사 지운 주지스님을 비롯한 승려들이 앞장서 처음 개통한 길에 발자국을 찍었다. 가야산이 백제 불교 전래의 성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으로 오를수록 숲속에 묻힌 절터흔적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안내자인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가야산 속에 100여 개의 폐사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의상암터와 원효암터이다"며 절터와 원효굴의 전설 등 백제불교에 대해 설명해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와줬다.
원효암터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산정상이 눈 앞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와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석축 일부가 남아 있어 그 옛날 조용한 암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원효암터 바로 위에는 원효대사가 해골 속에 담긴 물인지 모르고 마신 뒤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짓는다)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굴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누군가가 올라와 기도했던 흔적이 굴 안에 남아 있다.
수덕사 주지 지운스님은 절터의 소중한 흔적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함께 숲길을 걸은 일행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 때 가장 아름다워진다. 지금 이 산 속에 나무와 새와 벌레들과 그리고 우리가 함께 숨을 쉬고 있고 또 이 산은 바다와도 맞닿아 있다. 항상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말고 아름다운 삶을 살자"고 말했다.
일행들은 원효암터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옥계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했다. 지운 주지스님은 숲길 옆에 버려진 과자봉지와 플라스틱 빈병 등을 주우며 하산길을 안내했다.
두 번째 갈래는 가야구곡길이다. 비교적 걷기 편안한 길로 노약자들이 많이 참석했으며 광덕사 입구에서 출발, 헌종태실과 옥병계 등 유서깊은 문화유적들을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세 번째 갈래는 백제미소길로 가족단위 참여자들이 많이 선택했다. 논두렁, 밭이랑 길을 걸어 미륵불을 만나고 팽나무 쉼터에서 다리쉼도 해보고 계곡생태 체험과 숲놀이에 즐거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도착지인 가야사지터에서는 가야산 최대 사찰의 옛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 보기도 했다.
세 갈래로 나뉘어 숲길을 걷고 난 참석자들은 오후 3시쯤 상가리 주차장에 밝은 모습으로 다시 모였다. 주최 측이 마련한 에코음악회에 노곤한 몸을 맡기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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