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초의 제왕, 오리. 모내기 후 논에 풀어놓으면 먹성이 뛰어난 오리 앞에 잡초가 자랄 틈이 없다.
박병춘
김 목사는 우렁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오리 농법을 병행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논의 특성을 잘 알다보니 논에 자라는 풀의 종류에 따라 우렁이와 오리 중 택일해 제초 작업을 한다. 그는 오리를 직접 구매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많아 쉽지는 않았다. 그는 모내기하고 나서 추수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논에서 보낸다.
벼농사를 지은 지 10년 정도 지나니까 이젠 감이 잡혀서 우렁이나 오리 중 하나를 동원해 제초 문제를 해결했다. 오리 농법은 풀 가운데 아주 질긴 '피'를 잡는 데 탁월하다. 우렁이는 피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리가 논에서 풀을 몸으로 밀고, 발로 밟고 다니기 때문에 물 밖에 나왔던 풀들이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풀은 자연스럽게 물속에서 녹아버린다.
관리 면에서 볼 때 우렁이는 편한데, 오리는 약간 어려움이 있다. 오리는 활동력이 엄청 나서 망을 쳐줘야 한다. 또 산짐승이 있어서 관리를 잘 해야 하며, 먹이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좀 번거롭더라도 풀을 잡는 데는 오리가 훨씬 탁월한 효과를 낸다. 우렁이는 사람과의 접촉성이 떨어지지만, 오리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농장 체험을 하는 분들에게도 장점이 많다고 한다.
김 목사는 논농사 말고도 밭농사에도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수한다. 고추·고구마·감자·깻잎 등 밭농사에 쓰는 거름을 친환경 농법으로 만든다. 액비(생선이나 깻묵을 원재료로 하는 비료)를 만들기도 하고, 구매해서 쓰기도 한다. 김 목사가 생산한 농산물은 주로 직거래로 판매된다. 김 목사의 농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구입한다. 현재 40여 명 가량의 개인 회원들이 있다. 또한 생활협동조합, 교회 쪽으로 납품하기도 하고 대청호 로컬푸드로 나가고 있다.
김 목사는 85세 어머니를 봉양하며 아내와 함께 고3과 중1 두 딸을 키우고 있다. 필자는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궁금했다.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너무 낙천적인가?(웃음)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마음으로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여기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있었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하는 것은 없다"김 목사는 올해 초에 영농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노동하고 생산물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고, 힘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몇 년 더 지나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부의 보조를 우선으로 하는 영농조합보다 정관 자체에 친환경 농업을 기조로 해 지역 친환경 농업을 활성화하고, 공익적인 부분을 우선시하는 영농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 목사의 포부다.
"농산물을 돈으로만 보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