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측근에게 8억9000만 원 더 건너갔다"

[인터뷰] 2년간 5번 압수수색 당한 황아무개 SP해양 대표

등록 2011.11.16 10:23수정 2011.11.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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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에서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 가운데, 현 정부 실세의 측근으로 알려진 문아무개 대표에게 SLS그룹 계열사 자금 8억9000만 원이 더 건너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회장의 매형인 황아무개 SP해양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40분께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긴급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8억9000만 원을 대영로직스에 빌려줬다"며 "이것이 한나라당쪽으로 흘러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8억9000만 원은 법인(SP해양) 대 법인(대영로직스)으로 빌려준 돈이지만 문 대표가 (개인적으로) 다 소진했을 것"이라며 "(그 돈이 건너간 인사는) 한나라당 현역 국회의원으로 현 정부에서 고위층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문 대표로부터 '현역 국회의원'의 이름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며 "문 대표를 잡으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 실세 로비 의혹은) 이국철 회장에게 물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
이국철 SLS그룹 회장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1일 문 대표의 서울 거주지와 서초동 사무실, 경북 김천의 주민등록상 거주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압수수색 직후 문 대표가 잠적하자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행방을 쫓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6월 SLS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SP로지텍이 소유하고 있던 현금 30억 원과 차량 80대가 대영로직스로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현금 30억 원은 문 대표 등을 통해 현 정권 실세에게 건너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30억 원이 문 대표에게 간 것은 맞지만 정권 실세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며 '배달사고'의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8억9000만 원 대여와 관련, 황아무대 대표와 기자가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긴급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8억9000만 원 빌려줘"

- 문아무개 대표는 어떻게 만났나?
"모르겠다. 이국철 회장이 알고 있다. 다만 정관계 마당발로 알고 있다."


- 문 대표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했는데.
"문 대표가 긴급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7차례에 걸쳐 대영로직스에 8억9000만 원을 빌려줬다. 법인 대 법인으로 대여했다. 연이자 8.5%에 1년 만기로 했다."

- 언제 문 대표에게 돈을 빌려준 것인가?
"작년 10월부터 금년 5월까지다."

- '긴급자금'이 무엇인가?
"(법인 대 법인으로) 대여해줬는데 문 대표가 (개인적으로) 다 소진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안다. 검찰이 문 대표를 검거해야 한다. 그를 잡으면 모든 정황이 드러날 것이다."

- 8억9000만 원을 아직 못 받은 것인가?
"그렇다."

- 그런데 왜 한나라당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나?
"문 대표가 한나라당과 굉장히 밀착해 있다는 심증이 있다. 소문으로도 (그 돈이 한나라당쪽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어떤 '소문'이었나?
"(그 돈이 건너간 인사는) 한나라당 현역 국회의원으로 현 정부에서 고위층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제가 추정만 하고 있지만 문 대표가 잡히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검찰에도 문 대표를 빨리 잡으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검거령을 내렸는데 아직 못찾았다'고 하더라."

- 문 대표에게 그 돈이 건너갔다는 '현역 국회의원'의 이름을 직접 들은 적은 없나?
"듣지는 못했다."

- 그런데 어떻게 그 돈을 현역 국회의원과 연결시킬 수 있나?
"그것은 이 회장에게 물어보면 정확하게 알 것이다."

- 한나라당쪽으로 흘러갔다는 증거는 없나?
"(여러 가지를 참고해) 그 돈이 문 대표를 통해 현 정부와 한나라당으로 오갔을 것이라는 제 의견을 얘기한 것이다." 

- SP로지텍에서 대영로직스로 건너간 30억 원과 SP해양에서 준 8억9000만 원은 별개의 돈인가?
"제 회사가 아니어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

"검찰, 2년간 5번에 걸쳐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 

부산 동구 초량1동에 위치한 SP해양은 SLS중공업, SLS조선, SP로지텍, SP산업 등과 함께 SLS그룹의 제조업 분야 계열회사다. 조선사업과 관련된 해상장비 임대, 해상화물 운송, 선박 급유 등을 해온 해양서비스 전문회사로 지난 2007년 1월 설립됐다.

그런데 역사가 4년밖에 안되는 20여명 규모의 이 회사가 최근 수사기관의 집중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3월을 시작으로 10월과 11월 각각 통영해경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여기에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체포돼 이틀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SLS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 도산하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기업이 자산 100억 원의 SP해양"이라며 "검찰은 이곳을 이 회장이 벌이는 구명운동의 근원지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곳을 없애 버려야 회사를 앗아간 사람과 세력들이 쾌재를 부를 것 아니냐"라며 "그래서 검찰이 이곳에 창과 칼을 들이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2009년 창원지검 특수부에서 SP해양 등 SLS그룹 계열사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9월 이 회장이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직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SP해양과 황 대표 자택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황 대표는 "2009년 당시 사무실 1번, 올해 들어 대표 자택 2번, 사무실 2번 등 2년 동안 총 5번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이것은 쇠를 용강로에 넣어 녹이는 것처럼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회사를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북한 공산당도 이렇게 장기수사를 벌이지 않는다. 이렇게 장기수사를 벌이면 삼성이라도 녹아버릴 것이다. 검찰만 다녀가면 직원들은 벌벌 떨고, 금융권은 (자금유통을) 다 막아버린다. 회사가 내일 모레 문닫게 생겼다. 우리는 폭로자이자 양심선언자다. 그런데 우리가 폭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수사를 벌어야지 왜 우리만 수사를 하느냐?"

특히 황 대표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황 대표를 부산에서 체포해 서울로 압송한 뒤 2박 3일간 조사를 벌인 것이다.

"처음에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두 차례 참고인 조사에 불응하다가 9일 담당검사에게 '내일 조사받으러 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4시 30분 5명의 수사관들이 와서 나를 체포해 서울로 압송했다. 잡혀온 날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들여보낼 때는 수갑을 채웠고,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이동할 때는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었다. 새벽 2시까지 조사받기도 했다."

황 대표는 "2박 3일 동안 강압수사를 받았다"며 "이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이자 인권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D수첩이 누구를 인터뷰하고 다니는지 캐물어"

당시 검찰이 언론에 흘린 황 대표의 혐의는 '120억 원대 선박 담보 제공'이었다. 즉 SP해양이 문 대표가 대영로직스에 120억 원짜리 선박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SLS그룹 검찰수사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렌터카업체에 불과한 대영로직스에 거액의 담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설명은 이와 전혀 달랐다.

"대영로직스의 문아무개 사장이 SP해양에 투자하기 위해 채권확보 차원에서 120억 원짜리 크레인 선박에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다. 이것은 이 회장과 문 사장 사이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영로직스가) 현금도 없는 등 여력이 안돼서 (투자가)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근저당이 해소되지 않아 그게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문 사장이 근저당을 말소할 수 있다. 나는 검찰조사에서 '문 사장을 체포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120억 원대 선박 담보 제공 이유와 관련된 검찰의 주장도 달라졌다. 검찰이 이날(14일)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이 회장이 채무상환을 위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인 SP해양의 자산인 120억 원대 선박을 대영로직스에 담보로 제공했다"고 밝힌 것.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이 회장에게 '강제집행 면탈'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검찰의 수사 목적 중 하나는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9년 창원지검 특수부 수사 때에도 드러난 점이다. 황 대표에게도 관련내용을 캐물었다고 한다.

"검찰은 나한테 '이 회장의 비자금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이 회장을 불러서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SLS그룹의 조그마한 관계사인데 무슨 비자금이냐, 우리는 비자금의 '비'자도 모른다, 비자금이 단돈 10원이라도 나오면 구속시켜라'고 검찰에 항의했다. 검찰은 없는 걸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검찰에게는 아무런 증거나 근거자료가 없다"며 "혐의도 없는데 막가파식으로, 즉흥적으로 단서를 캐려고 했다"고 검찰의 과잉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심지어 MBC 'PD수첩'이 누구를 인터뷰했는지를 캐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국철 #SLS그룹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 #SP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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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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