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토크쇼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노동현장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하나둘 발언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오는 노동자대회(13일)를 기념해, 지난 1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청년노동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 주제는 '21세기 전태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실 이 같은 물음에 대한 응답은 멀리 토론회까지 가서 찾을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냥 우리 주위의 젊은이들이 사는 모습만 둘러봐도 답이 딱 나오거든요. 회사원이라면 신입사원들(대부분이 계약직이겠죠)을, 아버지라면 학교를 갓 졸업한 자녀들(대부분이 취업 준비생이겠죠)을, 교수나 교·강사라면 졸업반 학생들(대부분이 취업준비생이 되겠죠)을,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라면 자기 자신과 친구들의 현실(대부분이 계약직이거나 취업준비생이겠죠)을 눈 똑바로 뜨고 보면 되는 겁니다.
자신의 욕망을 덧대서 보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보기만 한다면, 그들이 어떤 근로형태로 일하고 있는지,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앞으로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어렵지 않게 그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그것을 사실 그대로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정부도 (좀 다른 이유 때문이긴 하지만)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정부는 지금까지의 임기 내내 청년고용 문제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라'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에서 청년백수를 해외 탄광으로 보낸다는 웃지 못할 대안(?)까지 내놓았는데요.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우리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을 명확하게 진단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남들은 다 안 되지만 난 잘 될 거야, 남들은 다 안 되지만 우리 아들은 잘 될 거야, 남들은 다 안 되지만 난 정규직 전환될 거야, 아, 그러니까 그거 다 못난 애들 얘기고 어쨌든 난 된다니깐? 왜냐하면 나니까! 내가 제일 잘 나가! 뭐, 이렇게….
이날 토론회는 이 같은 우리의 허위의식과 저 같은 정부의 책임회피를 동시에 날려버리기 위해 열렸습니다. 정확하게 명중시키기 위해선 대상을 똑바로 보고 조준해야겠지요. 오늘을 사는 비정규직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의 생생한 증언과 토론을 귀 기울여 들어봅시다.
"네가 사원이야? 커피나 타는 애지"먼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오프닝 격으로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노동현장에서 겪은 고충들을 격의 없이 주고받는 장면을 영상으로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회식도 안 데려가고, 수시로 야근 시키고 그에 합당한 수당도 주지 않고, 명절 선물도 주지 않고… 도대체 자존감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보는 사람조차 화가 불끈 솟게 하는 (왜냐하면 겪어본 일이니까) 증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네가 사원이야? 넌 커피나 타는 애지"라는 호통에 자기가 생각해도 그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게 됐다며 울음을 터트린 어느 여성 조합원의 고백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비인격적으로 대우 받는 차원을 넘어, 자기 스스로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게 만드는 이 기막힌 청년들의 노동현실을 영상을 통해 지켜보며 회의실에 모인 이들의 표정은 울상인 듯 그렇지 않은 듯 하나 둘 일그러졌습니다. 자신의 현실인 듯 그렇지 않은 듯 그렇게 말이지요.
오프닝 영상상영이 끝나고 한국노동연구원의 은수미 박사님이 '주변부 노동 조직화전략 및 청년유니온 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우 방향 제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은 박사님이 들고 나온 강연의 '리드'는 지난달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의 '대기업 입사방법' 편이었는데요. 여러분 혹시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