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규제?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지 말길

등록 2011.11.12 13:20수정 2011.11.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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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로부터 "뭐하냐? 노니까 좋아?"라는 안부문자를 받았다. 나는 "맨날 잉여짓"이라고 답장했다. '잉여짓'이란,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라는 의미의 한자어 '잉여'와 '몸을 놀려 움직이는 동작(주로 좋지 않은 행위나 행동을 이른다)'이라는 의미의 '짓'이 결합한 인터넷 신조어이다.

'잉여짓'의 대표적인 예로는 인터넷을 통한 게임 최고 점수 갱신이나, 만화, 소설, 합성물의 창작 같은 것들이 있겠고, 포괄적인 의미로는 자신을 잉여인력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짓'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실제 체감 '잉여짓'은 그 주체도 실체도 위에서 설명한 것보다 광범위한 것 같다. 회사원인 친구가 웹툰을 보면서 낄낄거릴 때, 페이스북에 웃긴 사진을 올려놓고 좋아하고 있을 때도 문득 '잉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굳이 잉여짓의 주체를 잉여인력으로 한정할 수 없을 듯하고, 어떤 행위를 '잉여짓'이라 규정할 수 있을지 기준도 모호하다. 또한, 인터넷에 수없이 명멸해가는 깨알 같은 잉여짓의 산물들을 보고 있자면 저런 것을 과연 '쓸데없는 짓'이라 치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잉여짓'이란 생산활동을 제외한 모든 활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관점에서 SNS는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잉여짓'의 장으로서, 수많은 '잉여짓'의 결과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곳이다. 그곳에는 실제 자신의 얼굴과는 딴판인 셀카부터 세상을 바꾸자는 거대 담론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상이 난무한다.

그런데 지난 9일,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SNS 규제법이라는 거센 논란 속에 다음날 철회하였다. 바로 철회하긴 했으나, 개정안 발의의 배경이 저번 서울시장선거라는 정치적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바다보다 더 넓을 것 같은 '잉여짓'의 바다에서 어떻게 '불법적인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찾아서 접속을 차단할 것인지, 그것이 가능이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인사들을 잡느라 초가삼간은 물론이요 논두렁, 밭두렁, 뒷산까지 다 태워버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 재보궐선거 때 직장인인 친구들의 다수는 선거에 관심이 없었다. 평일치곤 높은 투표율이라고는 했지만, 서울의 투표율은 48.6%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피곤했고 시간이 없었다. 그에 반해 잉여인력이었던 나는 실시간으로 SNS를 확인, 유세현장도 가보고 공약도 꼼꼼히 읽을 수 있었으며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수 있었다.

이런 행동이 잉여짓인가라는 문제는 차치하고(어떤 사람들에게는 '나꼼수'도 잉여짓이다), 잉여인력이 잉여짓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측면에서 SNS를 규제하고 싶어하는 분들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보다 효과적인 방법인 '일자리 창출'을 추천한다. 잉여인력을 일하게 하면 잉여짓 할 시간과 체력이 소모시켜 SNS 민심 약화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실업난 해소라는 좋은 명분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잉여 #SNS #전기통신사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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