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동 고시원방필자가 살던 고시원방의 모습
김영경
나는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시원한 풍광을 자랑하는 북한산 자락 밑 수유동의 한 고시원에서 1년여를 살았다. 1.5평짜리 방이었는데 그나마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여성전용이기 때문에 덜 불안하다는 것. 그리고 그나마 창문이 달려있는 고시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대구에서 20년을 살고 서울과 안산으로 거처를 옮기며 10년 동안 떠돌아다녔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안산으로 올라온 난 대학교 앞 싼 방을 돌아다니며 10년 동안 자취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했지만, 서른 살까지 학자금을 갚으면서 보증금을 모으는 일은 늘 빠듯했다. 돈을 모으다가도 중간중간 목돈 들어갈 일은 꼭 생겼고, 결국 보증금 없는 상태에서 서울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서울로 올라와, 처음부터 고시원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고시원 들어가면 폐인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 때문도 있었지만, 다행히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살자는 룸메이트를 소개받았다. 그렇게 그와 1년을 살았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작년 겨울 결혼을 하는 바람에 결국, 난 보증금 없이 나만의 공간을 찾아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타지생활 10년, 작은 짐꾸러미들을 들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이렇게 넓고 화려한 서울 도시에서 거처할 곳이 없다는 게 서럽고 속상했다.
그렇게 정착한 고시원. 누군가 내게 고시원은 감옥 같다고 했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고시원은 나에게 감옥이었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 들어와 몸을 누이면 좁은 고시원 건물 복도조차 나가지 못하고 숨죽여 지냈다. 누군가가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둑고양이처럼 산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옆방의 사람과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복도를 지나다닐 때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니, 도둑고양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가 방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아무도 방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고시원이라는 공간의 가장 답답한 점은 좁은 방, 안 좋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만 결코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