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99%의 심장은 1%의 지배 거부해야 한다

등록 2011.11.09 17:13수정 2011.11.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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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5세 나이의 훈(오세훈)은 어린 아이들 점심 식사 한 끼를 갖고 쪼잔하게 굴다가 결국 서울 시장직을 사퇴하였다. 하여 서울시장 선거 참여 여부를 놓고 촉발된 속칭 '안철수 현상'을 놓고 여러 전문가들이 본질은 '분노'에 있으며, 변화에 대한 갈증의 표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의한다.

 

모든 사물의 현상에는 원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분노에도 원인이 존재한다. 일시적인 분노는 감정의 여과를 한 단계 거치면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분노는 다른 문제다. 지속적 분노는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분노는 지속적인 분노로 판단된다. 지속적인 분노가 계속되면 증오가 쌓이고, 그 쌓인 증오는 어디로 어떻게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분노의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군부 독재가 물러나고 시민들은 이제 최소한 독재·독선 정권은 없을 것이며, 최소한의 민주주의 가치는 존중되고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오히려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MB 정권으로 상징되는 권력은 시민의 희망과 달리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놓는 역주행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반대로 시민의식은 더욱 성숙해졌다. MB 정권 초기 촛불시위도 분노의 표현이었다. 그것은 거대한 분노의 메아리였다. 개인과 소규모 집단의 분노가 시대의 울림으로 뭉쳐져 나타났던 것이다.

 

MB 정권은 공정사회라는 단어로 시민을 현혹하고 속이려 하였다. 그러나 시민은 오히려 공정사회를 이루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 알게 되었고, 분노의 함성은 소리 없이 확산되고 있다. 표피적으로 나타나는 민주주의 후퇴와 역주행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다.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하여 이제 눈을 뜨고 직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등록금도 낼 수 없는 아픔의 세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도 안 되는 신세, 그래서 휴학을 반복하면서 대학도 6∼7년씩 늦추어 다니는 세대, 그나마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으로 살면서 2등 국민으로 취급받는 사회, 가진 자는 더욱 살찌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쪽박마저 깨어버리는 양극화 사회, 노후를 어떻게 살 것인지 막막함과 서러움에 찌들어 사는 장년층과 노인층 문제, 힘없는 자에게는 법치주의 운운하며 감옥으로 보내고 힘 있는 자에게는 아부하는 권력의 파렴치…, 이러한 분노의 근본적 원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의 자유·평등 이념이 실종되어버린 천박한 자본주의 그 한 가운데에 분노의 시선이 꽂혀 있다. 

 

역설적이게도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의 합창을 듣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대학 강단에 있으면서 대학생들이 취직 문제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기성세대의 한계를 통감하였다. 모두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미래세대에 절망을 안겨준 준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분노는 파괴적인 힘을 동반하고 있다. 분노의 메아리가 창조적인 파괴로 이어질 때는 좀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분노가 소모적 파괴와 자괴감으로 남아서도 안 되고, 침묵해서도 안 된다. 이제 99%의 심장은 1%의 지배를 거부해야 한다. 앞장서서 창조적 파괴를 실행할 시점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 당선에서 우리는 그 일면을 보았다. 어떻게 확 바꾸고, 인간답게 사는 조건을 만들 것인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희수 씨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2011.11.09 17:13ⓒ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희수 씨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분노하라 #인간답게 하는 세상 #대학등록금 #안철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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