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마이클 샌델 지음, 한국경제신문 출판) 책 표지.
한국경제신문
마이클 샌델은 <왜 도덕인가?>란 그의 책 곳곳에서 도덕적 가치의 기반이 급격히 허약해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공직자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일반인보다 높아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어떤 경우에도 정치는 도덕적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내내 주장한다. 어쩌면 그리도 우리나라 정치권의 속사정을 이토록 잘 헤집어 놓았을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다.
무엇보다 이 책 제3장 '시장논리가 공교육을 후퇴시키고 있다', '돈이 없으면 배울 권리도 없는가?'와 제5장 '정치는 도덕적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가?' 등은 마치 우리의 현실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제목에서부터 메시지가 뜨겁고 무겁게 다가온다.
마이클 샌델이 던진 '왜 도덕인가?'란 질문에 가장 낯 뜨거워 할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선 과연 누구일까. 이 책대로라면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을 양산해 내는 정치권이 가장 낯 뜨거워 해야 마땅하다. 또한 살아 있는 권력의 편에서 국민의 공분을 양산해 내는 권력형 비리 주범들,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권 실세들은 이 질문 앞에서 누구보다 낯 뜨거워 해야 옳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윤리적 가치가 허약한 이들이 도덕을 더욱 강조한다.
측근-친인척 비리로 청와대를 향한 여론의 냉랭한 시선이 쏟아지던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확대비서관회의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고 권력자의 이같은 발언에 여론은 더욱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더니 검찰이 이를 무마하려는 듯 총대를 짊어지고 나섰다. 우리사회에서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가장 갈증을 느껴야 할 검찰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곤혹스러워 하기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국민을 옥죄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행태가 가관이다. 사례별로 짚어본다.
[#장면 1] '물 먹은 검찰'보다 '정치검찰'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