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장씨 화기리 종택
이상기
우리는 북쪽으로 나 있는 비교적 넓은 마당 길을 따라 선비촌을 둘러본다. 마당에는 돌로 만든 12지신 상이 서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쥐, 소, 호랑이 등이 서 있다. 이들을 지나면 떡집, 대장간, 짚 공예 체험장이 나온다. 떡집에서는 인절미를 만들어 팔고 있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떡을 사서 하나씩 돌린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금방 만든 인절미는 목이 메질 않는다. 정말 맛있다. 대장간은 배점리에 살면서 퇴계 이황 선생의 제자가 된 배순을 기리는 의미에서 '배순 대장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짚 공예 체험장에는 짚을 이용해 만든 짚신, 삼태기, 주루막, 닭둥우리 등이 전시돼 있다.
이제 기와집과 초가집을 구경할 차례다. 우리는 두암고택과 인동장씨 화기리종택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들 두 기와집은 ㅁ자형의 사대부집으로 크기와 웅장함에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마당이 있고, 그 안에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ㅁ자형의 안채가 있다. 안채의 바깥쪽으로 약간 돌출돼 사랑채가 자리잡고 있다. 내외의 구분을 뚜렷이 하던 풍속의 소산이다. 사랑채는 마당 쪽으로 마루와 난간을 만들어 외부인과 바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품위 있는 전통기와집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들 고택이 지금은 숙박시설로 쓰이고 있다. 선비정신이 퇴색되는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한옥에서의 숙식을 통해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숙박비는 2인이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방이 5만 원, 4인이 사용할 수 있는 큰방이 10만 원이라고 한다. 나는 인동장씨 종택에서 묵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고택 숙박이 어떠한지 물으니, "방도 따뜻하고 환경도 쾌적해 괜찮았다"고 답한다.
선비촌 주변에는 소수박물관이 있지만, 우리의 목적이 소백산 자락길 걷기인지라 옥계교를 건너 저자거리로 나간다. 저자거리에는 죽계루를 중심으로 음식점, 주막, 찻집, 기념품점이 자리 잡고 있다. 죽계루 앞에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다. 저자거리를 나온 우리는 선비상 앞에 선다. 영주시가 강조하는 그 '선비'다. 선비는 학식과 인품을 갖춘 학자 또는 유생으로, 유교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선비는 사(士)에서 왔다고도 하고, 선(善)에서 왔다고도 한다. 선비는 안동에서 강조하는 양반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버려진 아이들 때문에 유명해진 제월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