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공안부 'FTA 괴담 수사'... 법적 근거 미약

[주장] '위헌판결' 받은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죄... 이해하기 힘든 수사 계획 발표

등록 2011.11.08 18:39수정 2011.11.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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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공안부(검사장 임정혁)는 지난 7일 대검청사에서 외교통상부, 경찰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비준 반대 불법집단행동 대비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한 후 보도자료를 냈다.

 

공안부는 불법 폭력 집단행동 주동자 및 과격 폭력행위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침입 행위자, 허위사실 유포 명예 훼손사범 등에 대하여는 구속수사 등 엄정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공안부는 ▲ 한미FTA 독소조항 12 완벽정리 ▲ 맹장수술을 받으면 의료비가 900만 원이 되고, 감기약은 10만 원이 된다, ▲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으로 도망가고 관여자들은 국민이 잡아서 총살했다는 3가지 사례를 '허위사실 유포행위 관련' 구속수사 허위 내용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SNS, 인터넷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SNS 등 매체의 파급효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자라 하더라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하여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민사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소송에 대한 적극적인 법률적 지원 등을 통하여 그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며 거의 협박에 가까운 엄포를 놨다.

 

여·야당과 누리꾼이 비판한 '공안부 수사 발표'... 법적 근거는?

 

이런 공안부의 발표를 두고 야당과 누리꾼만 아니라 한나라당 안에서 조차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검찰이 '정치검찰'이 아니라는 것을 정치적이지 못한 행동을 보여주면서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의 이번 발표가 엄포와 겁박 이전에 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허약하다는 것이다.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죄를 규정한 조항이 지난해 12월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기돼 없어진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애초 이 법은 1983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졌다. 거의 사문화됐던 이 조문을 이명박 정권은 2008년 촛불집회 때 여대생 사망설을 유포했던 최아무개씨를 이 법으로 옭아매기 시작해 '전가의 보도'처럼 비판하는 누리꾼들을 압박하고 겁박하고 처벌하는 데 악용했었다.

 

헌재는 "'공익' 개념이 불명확하고, '허위의 통신'이 어떤 목적의 통신인지 분명히 하지 못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허위사실을 표현하는 행위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허위사실의 표현이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고 해도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한다"며 위헌 이유를 밝혔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헌 판결 이후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이 'ON-OFF 독재'를 완성시키려는 위험천만한 시점에서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권의 인터넷 독재 시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헌재 위헌 판결을 반겼다.

 

설사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현재까지 살아있었다 하더라도 'SNS괴담' 운운하며 구속수사하겠다고 엄포하는 것은 문제이다. 그런데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이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보도자료를 낸 것은 겁박이고,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이런 행동이야말로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1.08 18:39ⓒ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B검찰 #한미FTA #SNS괴담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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