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서의 70여 일, 성과를 설명하는 홍미영 부평구청장
홍미영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 산기슭에 만들어진 마을. 낡고 허물어져가고 있어 걱정 가득했던 십정2지구가 이제 작은 산을 하나 넘었습니다.
'십정동 달동네' 하면 인천 부평에 사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1970년대부터 이곳저곳에서 밀려온 철거민들이 야산에 흙벽돌 집을 짓고 모여 살아온 곳이니까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근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싼 방값에 서로 어울려 살기 편하다고 들어와 살아서 한때는 동네가 북적북적 했다지요. 달동네 한복판에 있던 (구)시장은 특히 월급날에는 재미가 톡톡했습니다.
비만 오면 진흙탕길이 되던 동네 골목길이 포장되고, 하수도가 정비되고, 밤에만 나오던 수돗물이 낮에도 걱정 없이 나오게 되면서 제법 사람 사는 동네 모습을 갖추어가던 1990년대 초, 주민들의 고민은 10평 안팎의 집이 좁고 비가 새도 새로 지을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자식 공부방 한 칸 내어도 어느새 구청공무원들이 무허가 건물이라고 때려부수고, 비샌 구석 수리하는 길에 마루 한 칸 넓혀도 역시 철거당했습니다.
애초 지어진 철거민들의 무허가 가옥은 양성화해주었지만 그 이상 건축하는 것은 정식 허가를 받고 해야 된다는 거지요. 거의 매일 골목마다 집 부수는 소리, 싸우는 소리,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1천수백여 가구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불량주택들을 철거당하지 않고,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새 집으로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즈음 정부는 이런 무허가 불량주택개선 정책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제시했고, 주민들은 많은 회의 끝에 1995년에 이 사업에 동의했습니다. LH공사(이하 LH)의 전신인 한국주택공사(이하 주공)가 시행사였는데 주공은 십정2지구는 사업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국공유지 30% 무상 제공과 기반시설비 수백억 원을 지원받는 주공이 이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느 업체가 나서겠습니까. 그럼에도 십정2지구 사업은 1999년 실효(효력을 잃음)되고 말았습니다.
그 뒤 주민들은 다시 중앙정부에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요청하여 2003년에 절차를 처음부터 밟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8년이 또 걸렸습니다. 그사이 집과 축대는 금 가고 주저앉고 하수도나 도로, 골목길 계단 또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습니다. 행정에서는 곧 철거될 지역이니 하수도나 도로 등 기반시설 보수에 더 이상 예산을 쓰지 않았고, 동네의 슬럼화가 가속화되는 건 당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