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서귀포 시장 내 놀이터에서 양용찬 열사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장태욱
20년 전인 1991년, 대선을 1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노태우 정권은 토지 강제수용 등의 내용이 담긴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국회 의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던 집권 민자당은 도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해 12월 18일 심야를 기해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한편, 이에 앞선 1991년 11월 7일에는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반대하는 여론에 불을 끼얹은 사건이 제주 서귀포에서 일어났다.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었던 양용찬(당시 25세) 열사가 청년회 사무실 건물 3층에서 '제주개발특별법 반대,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여 산화해간 것. 민주화운동의 불모지였던 서귀포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양 열사에 관한 소식은 전국으로 강한 충격파를 전했고, 야당, 종교계, 제주도향우회 등을 중심으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저지하기 위한 운동의 열기가 타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이 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집권세력의 탐욕을 꺾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