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차나무. 부러 가꾸지 않은 차나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돈삼
안개가 마을을 뒤덮었다 해서 '연동사'라 부른다 연동사는 본디 오래된 암자였다. 누가 무슨 연유로 지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절 이름에 대한 유래는 정유재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성산성에서 죽은 시체가 절과 골짜기에 즐비했다. 그 수가 2000명을 헤아렸다. 전쟁이 끝난 다음 유족들이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유골더미 속에서 피붙이를 찾을 길이 없었다. 체념한 유족들이 그 위에 향불을 하나씩 피웠는데, 그 연기가 온 산을 안개처럼 뒤덮었단다. 그래서 연기 연(煙)에 마을 동(洞) 자를 써서 연동사(煙洞寺)라고.
폐사지로 버려졌던 연동사를 복원해낸 건 원행스님의 공력이다. 1990년대 중반, 스님이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지장보살 하나와 기단뿐인 삼층석탑이 전부였다. 오래 전 절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담양이 탯자리인 스님은 그날부터 연동사 복원에 나섰다. 폐허된 역사 하나 복원해서 후세에 물려주자는 생각에서였다. 스님은 날마다 산죽과 잡목을 걷어내고 터를 다듬었다. 요사채를 짓고 길도 냈다. 돌탑도 하나씩 쌓았다. 논흙을 가져다 달마상과 나한상도 직접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