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한국은 지금 총체적으로 누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사회를 떠받치고 있던 중산층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이자 갚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녀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노후 대비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만약 뜻하지 않은 해고나 질병, 사고라도 만나게 되면 언제 빈민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6백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평균 130만 원의 급여로 삶을 연명하기조차 힘겹다. 영세상인은 대기업의 자본에 밀려 문을 닫거나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미래에 대한 꿈을 접은 채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가 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통계에 잡힌 청년 잠재실업률만 21%가 넘고 현실 체감 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기업은 매년 수조 원씩 이익을 내지만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한 중소기업은 임금을 체불할 정도로 어려운 경영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실이 이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을 고집해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무리한 개발 사업으로 토건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한국은 '상위 1%의 나라', '그들만이 잘 사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의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따라서 언제라도 'SNS봉기'가 다시 '거리봉기'로 돌변할 수 있다.
"20대는 앞날이 불안하고, 30대는 좌절했고, 40대는 분노했고, 불안, 분노, 좌절, 그것 때문에 민심이 다 돌아섰다."(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뷰스앤뉴스> 인터뷰 중)
부끄럽게도 여·야, 진보정당을 비롯한 기성 정치인 모두 이 말을 경청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기업', '공동체기업' 등 '사회적 경제'를 지향하는 희망제작소의 비전이 우리 사회의 향후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 지지와 공감을 받아 압승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은 불안·분노·좌절의 세대에게서 오는 민심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 명령의 핵심은 '흰소리 닥치고 잘 살게 해줘!'였다.
진정 위기와 분노의 시대다. 젊은 세대들의 위기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자 한다면, 사회 전분야에 걸쳐 '상식적 평균 생활'의 나라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차별은 없는 상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육아·교육·질병·의식주·노동·노후·여가 등의 분야들에서 '국민기초생활수급제, 최저빈곤탈출'이 아닌,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을 보장하는 정책들이 입안돼야 한다.
물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자치사법, 자치경찰, 교육개혁, 노동개혁, 시장개혁, 복지목표의 정립, 조세개혁, 생태, 주거복지, 남북문제, 농업구조혁신 등 전분야에 걸쳐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상보육·무상교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이라는 '3무 1반'만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당의 패배는 자명하다, 이대로 머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