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여행객들보츠와나를 찾은 단체 여행객들.
박설화
가보로네를 가는 버스인지도 몰랐는데, 옆에 앉아 잡담을 나누던 아주머니가 '저 버스가 가보로네를 간다!'며 어서 가라고 내 등을 떠미신다. 남들이 우르르 달려가기에, 눈치껏 재빨리 배낭을 메고 나도 달렸다.
체계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이런 무체계 앞에선 눈치껏 남들을 따라 하는 걸로 중간은 가고 있다. 운전기사에게 잘 보이게 알짱대며, 정차하려는 버스 주위를 맴돌자니 '이게 참 뭐 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저렇게 달리는 덴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본능이 앞선다. 차 문이 열리고, 몇 사람 타지도 않았는데 버스 차장이 벌써 입구를 막아서며 얘기한다.
"자, 그만! 그만! 다음 차 기다려요. " 역시 본능이 옳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뛰었구나… 1시간은 기다린 것 같은데 또 다음 걸 언제 탄담? 이 차로 가도, 도착하면 저녁일 텐데......'
사람들이 버스가 보이자마자 뛰었던 데는 이유가 있던 것! 등을 떠밀어줬던 아주머니가 무색하게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순간 버스 안을 확인하던 차장이 이 쪽을 보며 한 마디 던진다.
"아가씨는 혼자야?""네, 저 혼잔데요? 혹시, 한 자리만 더 없나요?""딱, 한자리야~ 타!"내 입이 탄성을 내뱉기도 전, 다리는 벌써 잽싸게 버스에 올랐다. 외국인에 대한 특혜 의혹의 눈빛을 담아 웅성거리는 것이 짐작되지만, 솔직히 내 입장으론 다행스럽단 생각이 먼저 든다. 어서 늦기 전에 도착해서 숙소를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되던 차였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든, 땅거미가 지기 전에 도착해서 여장을 푸는 것이 내 나름의 원칙인데 오늘은 좀 걱정이 된다. 차장은 한 무리 일행에게 "어차피 한 자리뿐이니 당신들은 다음 차를 타라"라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그리고 버스는 출발했다. 화장실에서, 레스토랑에서 뒤늦게 나온 사람들이 버스 문을 두들겨 보지만 이미 떠나고 있는 버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