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홈페이지
.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 사람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조롱'과 '찬탄', 양 갈래로 나뉘기 마련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후세에게 전하는 지혜를 담은 말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인류가 미개의 시대를 살던 때 '새벽이 오는 걸 막아보자'는 시도가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같으면 웃어넘길 일이지만 먼 조상 중에는 닭의 모가지를 비트는 것으로 그 불가능에 도전해본 우인(愚人)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유명한 격언이 떠올라서 꺼낸 얘기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났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를 이끌어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가능성과 저력에 관해 대서특필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으로도 이루지 못했던 시민의 정치참여를 이루어줄 주인공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젊은 유권자들의 반란' 중에 법의 이름으로 목이 비틀리고 있는 새벽닭들이 있다. 트위터를 통해 19대 총선 낙선운동 대상자 19명의 명단을 게시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죄목으로 지난 10월 18일 1심 재판부에 의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송아무개씨(트위터 아이디 @2MB18nomA)가 바로 그런 경우다.
경기를 '과열'시킨다며 응원하는 관중을 처벌하는 나라2004년 개정된 선거법은 후보자 또는 예비후보자들에게 공식 선거운동기간과 상관없이 인터넷 등을 통한 상시적인 선거운동을 허용했다. 하지만, 유권자인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이 같은 권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송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근거이다.
선거를 축구경기에 비유해보자. 대한축구협회가 뜬금없는 '응원규칙'을 정한다. 첫 번째 규칙은 좋아하는 선수에게 환호하고, 싫어하는 선수를 야유하는 '단순한 응원'만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특정 팀의 승리나 패배를 바라며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응원'을 펼치면 관중석에서 끌어내겠다고 한다. 공정한 경기진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란다.
두 번째 규칙도 있다. 축구선수라면 아무 때나 온라인 축구경기를 벌일 수 있지만 축구팬들은 함부로 응원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지나치면 처벌되니까 말이다.
정치선진국 가운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이토록 가혹하게 억압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가진 나라도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반 유권자에게 상시적인 선거운동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사법부가 내놓는 핵심 논리는 '선거의 조기과열로 상호비방과 혼탁이 우려되며, 선의의 유권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등 선거의 공정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은 묶고, 말은 푸는' 것이 민주국가 선거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선거과열 방지'라는 미명하에 가장 값싸고,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정치적 의사소통을 틀어막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을 선관위가 맛을 보고 안전하다고 판정된 정보만 섭취해야 하는 바보로 취급하는 것이다.
축구 경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훌리건'과 자발적으로 응원에 참여하는 '서포터'를 똑같이 범죄자로 취급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를 넘어선 몰상식이다.
공정한 선거란 후보자들에게 똑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이다. 경기가 과열된다며 응원하는 관중을 퇴장시키는 짓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반칙이다.
홍준표는 '면죄'하고, 김제동은 '단죄'하겠다는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