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싫어하는 보수 세력

[주장] 이미 시작된 변화, 국민의 바람은 변화에 있다

등록 2011.10.31 17:18수정 2011.10.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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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싫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싫어한 이유도 보수의 벽을 허물려는 그의 시도 때문이었다. 이들 세력을 나서서 옹호하고 선전하는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 언론매체이다. 이들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 금세 소방수를 자청해서 그 불 끄기에 바쁘다. 지금이 그들에겐 무척 바쁜 철이다.

 

서울시장으로 시민운동을 하던 박원순이 당선된 것부터가 보수 세력들에겐 심기가 불편하다. 선거 기간뿐 아니라 당선된 이후에도 흠집 내기에 바쁘다.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당선자이니 만신창이가 될수록 보수 세력에겐 통쾌한 일이 되기라도 하는 듯. 그런데 정말 사회의 건강성을 생각하는 사람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참된 지도자를 키워가는 데 일조하는 자세를 가지려 한다.

 

보수 세력이 불을 지펴 대세론이 되다시피 한 박근혜가 대선 행보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것은 보수 세력으로서는 바라는 일이 절대 아닐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이 있기 전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박근혜에 필적할 만한 대선 후보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에 비유되었을까. 그런데 오세훈이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고 보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박원순이 출마의 운을 뗀 뒤 안철수도 출마할 뜻을 비쳤다. 그리고 이 두 유력 후보가 그동안의 정치 상식을 벗어나 50%가 5%에게 양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은 정직하다. 공짜가 없다. 50%의 지지율을 갖고도 양보한 안철수에게 더 큰 일을 맡기자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확산되었다. 안철수의 힘은 서울시장 보선 이틀을 남기고 박원순의 희망캠프를 방문함으로써 절정에 달했고 그것은 박원순의 당선으로 확인되었다. 이것은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박근혜에게 강력한 대항마가 출현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부터 정부 여당 및 보수 세력의 안철수 끌어내리기가 본격화되었다고 봐도 좋다.

 

보수 언론이 그런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선수이다. 오늘(10월 31일) <중앙일보>를 보니까 그 신문사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몇 가지 조사를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기사 제목이 "'안철수 대선 출마 안 했으면' 응답자가 무려…"로 되어 있었다. 매스컴은 여론뿐만 아니라 이렇게 기사 내용까지 조작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승리 이유'와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추이'를 물어본 다음 덧붙여 '향후 정치권의 개혁 방안', '향후 대선 후보 지지율'을 알아본 뒤 '안철수 박근혜 두 사람의 가상 대결'까지 붙이고 안철수(47.7%)가 박근혜(42.6%)를 5.1%p로 앞서는 결과까지 곁들이고 있다.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봐 줄만 한데, 그 다음이 문제이다. 여론 조사를 악용한 사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매개 고리 없이 뜬금없이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묻고 있다. 그러고는 출마하면 좋겠다(28.0%)보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50.3%)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며 대서특필하고 제목으로까지 뽑고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이 의도성을 갖고 하는 여론 조사이고, 그것도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한 것이어서 무시하려고 해도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이런 보수 언론의 일방적 여론조사 발표는 결론적으로 말해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도와주는 것밖에 안 된다. 국민은 정치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표로 드러난 것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것은 보수 세력이 우려한 최대의 잘못된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보수 언론이 은밀하게 지원하고 있는 박근혜에 대한 메가톤급 타격이었다. 이런 국면을 모면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박근혜가 실력을 쌓아 어떤 강력한 상대 후보가 나오더라도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이 그 하나이다. 이것은 이른바 포지티브한 전략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가 상대 후보를 흠집 내어 국민을 그로부터 격리해 내는 방법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많은 것을 조작해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안철수도 그런 사정권 내에 자리하고 있다. 안철수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안철수가 서바이블 게임을 연상케 하는 정치판에 나와 과연 견딜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안철수의 능력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기존 정치 구조에 대한 우려이다.

 

오늘(10월 31일) 몇몇 사람들과 향후 정국에 대해 정담을 나누었다. 대화를 나눈 사람들도 대부분 이 점을 꼽았다. 순수하고 정직하기만 한 안철수가 과연 파고 높은 정치 대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또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삶을 영위해온 그인데 국민 대다수인 서민과 함께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지적되었다. 거기 대해서 상식에 기초해서 살아왔고 주위 소외계층을 멀리하지 않은 안철수인지라 별 문제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또 정치 초년병인 그지만 대통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참모들과 함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군가가 정리해 주었다.

 

안철수의 장점은 오히려 정치에 때묻지 않은 그의 삶에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기존의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면 정치에서 정치를 모르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국민의 바람은 변화에 있다. 정치적 변화를 원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 거대한 물결의 주류를 이루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요동치게 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한 사람은 싫어하고 폄하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원하는 국민의 마음은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변화를 바라지 않는 보수 세력의 고민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2011.10.31 17:18ⓒ 2011 OhmyNews
#안철수 #조중동 #여론조사 #보수세력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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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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