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유성호
"한국의 경제 구조는 사회 상류에 자리 잡은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이 오히려 99%의 서민들에게 기생하는 모양새입니다. 1%의 재벌들이 사실은 '꼽사리' 인생들인 셈이죠. 비유하자면 동창회비는 안내면서 동창회 회장과 총무를 맡아서 공공자금인 동창회비를 자신들 배불리는데 사용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꼽사리.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이 경제 권력을 쥔 대한민국 재력 상위 1%의 재벌들에게 지어 준 별명이다. 선 소장이 지은 이 명확한 의미의 별명은 그가 얼마나 한국 경제를 자신있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 별명을 제목으로 재벌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을 담은 팟캐스트 방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어떤 책이 그를 자신있는 경제 전문가로 거듭나게 했을까? '나의 애독서'에서는 경제 전문가인 선 소장에게 인상깊었던 독서에 대해 소개해 줄것을 부탁했다. 선 소장은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이 쓴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1, 2, 3>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 로버트 프랭크의 <승자독식사회>, 라구람 라잔의 <폴트라인>과 자신이 쓴 <프리라이더>, <세금혁명>등의 책을 추천했다. 그는 이중 <폴트라인>에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나는 꼽사리다', 경제부문에서 저비용 대안언론 기능할 것"- 우석훈 박사와 함께 진행하는 '나는 꼽사리다'가 녹음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릴께요. "팟캐스트 형식으로 한국 경제나 정책들 중에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에 대해 다룰 예정이에요. 저와 우석훈 박사가 참여하고 김용민 전 교수가 제작을 맡았는데 아마 그 때문에 '나는 꼼수다'의 경제편으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이름도 비슷하다 보니까 진행하는 방식도 '나는 꼼수다'랑 비슷할 것으로 생각들 하셔서 약간 부담이 됩니다. 아무래도 광고도 없고 기존 방송보다는 자유로운 포맷이니까 저비용 대안언론으로써 그동안 방송에서 이야기하기 힘들었던 얘기들을 적나라하게 다룰 거에요. 경제 측면에 대한 꼼수, 재벌이나 경제적 강자에 대한 호된 비판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어떻게 하다가 지금과 같은 경제 전문가가 되었나요?"불과 6~7년 전만 해도 저는 제가 이런 모습이 되어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냥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서 제 마음에 이끌리는 대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됐지요. 처음에 기자로 동아일보에 들어갔을 때는 한국의 언론을 좀 바꿔보겠다는 포부가 있었는데 바꾸기는커녕 제가 너무 힘들어서 뛰쳐나왔습니다. 그 다음에 간 곳이 미디어 다음 취재팀이었는데 거기서 부동산 문제 중심으로 취재하다 보니 경제에 서서히 눈을 떴죠. 부동산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취재하고 고민하고 공부하다 보니까 그게 이어지고 이어져서 유학 가서는 공공정책을 공부하게 되었지요.
저는 작정한 경제학도는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열정 포트폴리오>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하나같이 자기가 인생에서 소명이라고 부르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걸 지속적으로 추구했다는 내용의 책인데 유학시절 그 책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인생에서 소명을 찾는다는 것은 세상에 깊은 허기를 느끼는 것'이라는 구절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정치인들 경제 공약을 검증하고 압박하는 '세금혁명당' 활동이나 저술 활동도 그래서 하는 건데, 한편으로는 저나 박경철 원장 같은 분들이 한국에서 경제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발언력을 가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한국에 경제학적인 훈련을 밀도있게 받은 경제학 박사들이 수두룩한데 그런 사람들은 나서지 않고 의사인 박경철 원장이 경제 분석이나 해설을 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경제 전문가로서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한다면?"김광수의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1, 2, 3>은 경제에 대해서 제 눈을 열어준 책이죠. 정말 몇 번씩 읽었거든요.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는 전무후무한 시대적 증언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는 책입니다. 삼성이 한국 경제위에 군림하면서 내부적으로 얼마나 부패해 있으며 비자금 조성부터 탈세에 이르는 범죄를 어떻게 저질러 왔는지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요. <88만원 세대>는 우리 청년세대가 처해있는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생생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의제를 던진 책이라 지금 세대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프랭크가 쓴 <승자독식사회>는 자본주의가 진전되면서 왜 갈수록 소수의 승자가 사회의 모든 것을 독점적으로 가져가게 되는 지 밝혀놓은 책입니다.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얘기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미국보다 사회의 규칙들이 훨씬 불공평하기 때문에 교육, 부동산, 모든 경제 영역에서 기존의 승자가 더 쉽게 독식하는 구조지요. 한국사회 분석에도 상당히 유용한 통찰력을 줍니다. 제가 추천 드린 책은 독자에 따라 조금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경제학 원론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여러 번 읽으면 다 이해할 수 있는 책들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아니지만 제가 지은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도 읽어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한국에는 1%가 99%를 먹여 살린다는 식의 재벌경제를 옹호하는 얘기들이 폭넓게 퍼져있는데 이런 얘기들은 경제적 강자들이 언론을 광고로 구워삶으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된 정보와 이데올로기들을 퍼트리기 때문에 생겨난 얘기거든요. 이 두 권의 책은 한국의 경제 구조가 사회 상류에 자리 잡은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이 오히려 99%의 서민들에게 기생하는 형국이라는 내용입니다.
1%의 재벌들이 사실은 '꼽사리' 인생들인 셈이죠. 저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제목을 '나는 꼽사리다'라고 정한 이유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동창회비는 안내면서 동창회 회장과 총무를 맡아서 공공자금인 동창회비를 자신들 배불리는데 사용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읽어보면 이해하실 겁니다. 지금은 어떻게 세금과 재정 문제를 구조조정해서 99% 서민들에 무임승차하는 이런 '프리라이더'들에게 자기 몫을 부담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