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을 상징하는 풍경세계적인 암괴류 유적지인 비슬산. 사진에 보이는 거대 바위는 토르의 일부이고, 토르 집단 앞에는 신라 고찰 대견사가 무너지고 없는 자리에 홀로 남은 3층석탑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정만진
오랫동안 필자는 비슬산이 팔공산 이상 가는 명산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 물론 신라인들이 '아버지 산[父岳]'이라고 존중해 왔고, 역사적으로 대구사람들이 대구를 보호해주는 진산(鎭山)이라고 믿어온 팔공산을 낮춰보아서가 아니다. 오로지 비슬산의 진가를 남김없이 인정해야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그렇게 주장해왔을 따름이다.
비슬산에는 세계적인 빙하기 암괴류 유적이 있다. 세계 지질학자들이 주목하는 이것만으로도 비슬산은 대구, 아니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명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집채 같은 토르들, 2 km에 걸쳐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암괴류들은 보는 이의 마음에 저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게다가 산 정상부에 조성되어 있는 토르 군집 앞 넓은 뜰은 신라 고찰 대견사가 있던 터로, 지금 사찰은 온데간데 없고 간신히 남은 3층석탑만이 외로이 벼랑 끝에 서 있어 답사자의 마음에 애잔한 물결을 더한다.
돌이 이룬 강이라고 해서 흔히 '돌강'이라 부르는 암괴류 흔적을 명쾌하게 보기 위해서는 주등산로 아닌 길을 걸어야 한다. 유가사나 소재사에서 오르는 길이 비슬산의 대표적 등산로인데, 이 길은 정상에 오른 후 토르 군집만 잘 보여줄 뿐 숲에 가려 웅장한 암괴류 유적들을 보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소재사에서 자연휴양림 안으로 들어가 그 중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난 임도를 오르는 것이 좋다. 비슬산강우관측소까지 포장이 되어 있는 이 길은 필자가 '비슬산은 가족 답사지로 최적'이라고 말하는 근거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별로 오르막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 포장 임도는 노약자도 아이들도 오를 수 있는 길이다. 게다가 길 중간 지점 곳곳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세계 최대의 빙하기 암괴류 유적을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