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부부싸움의 원인 중 1순위는 뭘까? 물어보나 마나 돈 문제일 것이다. 벌어오는 돈이 너무 적다는 근원적인 불만, 그게 아니라 살림을 잘 못해서 그렇다는 반론, 남편과 부인의 이 생각 차이는 대부분의 가정에 드리워져 있다.
만져 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돈이 80%
살림을 잘 못한다는 것은 돈을 잘못 쓴다는 뜻. 즉, 불필요한 곳, 중요하지 않는 곳에 돈을 많이 쓴다는 의미이다. 일종의 과소비다. 집에서 살림을 맡은 주부들이 아마도 그 비난의 주요 대상일 것이다.
남편이 대기업 차장인 A씨, 세금을 제하면 한 달 수입은 450만 원 정도이다. 적지 않은 소득이다. 남편도 부인도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매달 겨우 생활만 가능하지 저축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 통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왜 우리 집은 저축이 없는지, 부인이 살림을 잘 못하고 과소비를 하는 건 아닌지 은근히 불만을 드러낸다.
A씨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이다. 알뜰하게 살아보겠다고 차비를 아끼기 위해 웬만하면 자전거로 이동하는 A씨다. 마트에 가면 충동구매를 자꾸 하는 것 같아 마트도 끊었다. 아이들, 남편 옷 말고는 자기 옷은 사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남들은 다 스마트폰인데 A씨는 구식 핸드폰에 요금도 한 달에 2만 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하길래 우리 집은 적자일까?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과소비 탓을 할 것이 아니라 A씨 가정은 스스로의 지출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지출의 문제는 사실 주부의 탓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출구조의 분석은 매월 고정지출, 즉 내가 만져 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돈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A씨 가정의 매월 고정지출을 따져 보자.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금 1억 원이 있다. 이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월 75만 원이다. 아이들 둘의 사교육비가 한 명당 50만 원씩 100만 원이다. 여기에 네 식구 보험료는 35만 원, 양가 부모님 용돈이 매월 40만 원이다. 차 할부금 매월 50만 원, 관리비 20만 원, 통신비 15만 원, 남편 용돈 30만 원. 여기까지 모두 합하면 모두 365만 원이다.
즉, A씨가 만져 보지도 못하고 빠져나가는 이 고정지출을 빼면 A씨가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85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쓰는데 한 달에 신용카드 대금이 적어도 70만~80만 원은 나온다. 카드 대금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이제 통장에 남는 돈은 거의 없게 된다. 그러니 명절이나 가족 경조사가 있는 달에는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씨의 경우 매월 고정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나머지 20%가 수시로 쓰는 생활비 즉 식비와 생활용품, 의류비 등인데 이런 돈을 절약하는 것은 한계 있다. 이걸 10% 줄인다고 해도 절감효과는 사실 10만 원 내외이다. 결국 살림하는 사람이 과소비할 수 있는 돈도, 절약할 수 있는 돈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고정지출 줄이기, 생각의 전환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