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뉴욕 맨해튼 자유광장(주코티파크) 앞에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복지 예산 축소로) 아이의 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최경준
이에 맞선 쪽에서는 '나경원 대 박원순'의 프레임을 고수하려고 안간힘이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재미를 보더니, "박원순이 네거티브의 원조"(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라고 맹공격한다. 예상대로 색깔론이 등장했다. "나경원 안 찍을 거면 투표하지 말라"는 '물귀신 작전'도 서슴지 않는다.
"10년을 망치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 이렇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특권세력, 1%만을 위한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서울시민 99%가 행복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이날 유세에는 민주당 등 야4당 지도부, 참여정부 인사, 시민 등 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여해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그들 역시 대한민국을 "1%를 위해 99%가 희생해야하는 특권과 반칙의 국가"라고 규정하며, 현 정부를 성토했다.
'1%의 탐욕에 대한 99%의 분노'를 이끌어내겠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먼저였다. 손 대표는 지난 21일 "지금 대한민국은 1%를 위한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며 "10·26 재보선은 99%를 위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재반격의 날"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강남 고급 피부클리닉 이용에 대해 "99%의 국민은 '억' 소리 내고 쓰러질 형편"이라고 비난했고, 이인영 최고위원은 다이아몬드 반지 축소신고 의혹까지 거론하며 "나 후보는 대한민국 0.1%의 기득권으로 특권과 부유의 향유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몰아붙였다.
여의도뿐만이 아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 43개 청년·대학생단체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재임한 지난 10년간 뉴타운 재개발로 1% 부자만 배불렸고 청년들은 고시원·반지하·옥탑방으로 내몰렸다"며 "1%만을 위한 서울시정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층"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들이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첫 깃발을 든 사람들도, 대학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불안한 미래를 견디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온 '미국판 88만원 세대'였다.
노동자들도 나섰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대표자들은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노동자들의 계급투표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오직 99% 민중의 분노의 대상인 1% 특권층이거나 그들과 결탁한 자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