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게, 나 없이도 잘만 피어나더라

[사진노트] 제주의 가을꽃

등록 2011.10.24 13:40수정 2011.10.24 16:14
0
원고료로 응원
수크령 길가의 수크령을 매듭지어놓고는 길을 걷다 걸려 넘어지는 이들을 보던 개구쟁이 시절이 떠오르는 풀꽃입니다.
수크령길가의 수크령을 매듭지어놓고는 길을 걷다 걸려 넘어지는 이들을 보던 개구쟁이 시절이 떠오르는 풀꽃입니다.김민수

억새 여명의 햇살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 해질녘 은빛물경을 이루는 제주도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억새여명의 햇살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 해질녘 은빛물경을 이루는 제주도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김민수

쑥부쟁이 바람이 많아 육지의 쑥부쟁이보다 키는 작지만 더 강인하게 피어나는 제주의 들꽃입니다.
쑥부쟁이바람이 많아 육지의 쑥부쟁이보다 키는 작지만 더 강인하게 피어나는 제주의 들꽃입니다.김민수

물매화와 쑥부쟁이 육지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내년을 기약하며 떠난 물매화, 제주도는 요즘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물매화와 쑥부쟁이육지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내년을 기약하며 떠난 물매화, 제주도는 요즘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김민수

꽃향유 보랏빛 선연한 꽃향유, 흰눈과도 같은 물매화와 보랏빛 물매화가 어루러져 피어나던 오름은 이제 보기 힘든 것일까요?
꽃향유보랏빛 선연한 꽃향유, 흰눈과도 같은 물매화와 보랏빛 물매화가 어루러져 피어나던 오름은 이제 보기 힘든 것일까요?김민수

자주쓴풀 옹기종기 모여 피어난 자주쓴풀 역시도 제주산은 키가 작습니다. 물론, 풀섶에 피어나는 것들은 키가 제법 큽니다.
자주쓴풀옹기종기 모여 피어난 자주쓴풀 역시도 제주산은 키가 작습니다. 물론, 풀섶에 피어나는 것들은 키가 제법 큽니다.김민수

가시엉겅퀴 약간은 늦었지만 여전히 피어나고, 한 겨울에도 양지바른 곳에선 보랏빛 꽃을 픠워냅니다.
가시엉겅퀴약간은 늦었지만 여전히 피어나고, 한 겨울에도 양지바른 곳에선 보랏빛 꽃을 픠워냅니다.김민수

갯쑥부쟁이 해안가에서 자라는 갯쑥부쟁이, 한 겨울 눈이 내려도 이듬해 봄까지 넉넉하게 피어있는 강인한 꽃입니다.
갯쑥부쟁이해안가에서 자라는 갯쑥부쟁이, 한 겨울 눈이 내려도 이듬해 봄까지 넉넉하게 피어있는 강인한 꽃입니다.김민수

겟고들빼기 해안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라고 자라는 갯쑥부쟁이, 몇 년전만해도 드문드문 보였는데 이젠 지천입니다.
겟고들빼기해안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라고 자라는 갯쑥부쟁이, 몇 년전만해도 드문드문 보였는데 이젠 지천입니다.김민수

해국 뭐니뭐니해도 제주의 가을꽃 중 해안가에서는 해국이 백미요, 중산간 오름에서는 물매화가 으뜸입니다.
해국뭐니뭐니해도 제주의 가을꽃 중 해안가에서는 해국이 백미요, 중산간 오름에서는 물매화가 으뜸입니다.김민수

육지는 이미 가을꽃들이 내년을 기약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이제 막 가을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이른듯, 보고 싶은 가을 꽃들이 아직 몽우리를 맺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었으니 아마도 10월 말이 절정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꽃, 그들은 누가 지켜봐주지 않아도 피어납니다. 대충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피워낼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혹시라도 제주도를 떠나 있는 동안 눈맞춤해 주는 친구가 없어 토라졌을까 싶었는데, 더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은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가서야, 나도 모르게 그들을 담으려 땅에 엎드렸습니다. 그렇게 엎드려서 그들을 바라보아도 편안한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육지에서도 그들을 찾아나선 여행을 했지만, 마음껏 엎드릴 만한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그들을 담으려면 손도 떨리고, 다리도 떨립니다. 삼각대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오름이나 해안가 모두 꽃이 피어난 공간마다 여유롭습니다. 누구라도, 눕지 않으면 실례가 될 것만 같이 그러합니다.

"나 없이도 잘만 피어나더라."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면서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사진들은 10월 중순에 담은 것입니다. 요즘 제철을 맞아 피어날 것입니다. 혹시라도, 바쁜 일상에 가을꽃을 놓치신 분들은 제주도에 가시면 싱그럽게 피어나는 가을꽃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사진들은 10월 중순에 담은 것입니다. 요즘 제철을 맞아 피어날 것입니다. 혹시라도, 바쁜 일상에 가을꽃을 놓치신 분들은 제주도에 가시면 싱그럽게 피어나는 가을꽃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해국 #물매화 #쑥부쟁이 #갯고들빼기 #억새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