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의 인기에 힘입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마을 선생>도 개봉했다.
섬마을 선생
이미자와 나훈아, 그리고 윤수일. 이들은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자 한국 대중문화의 변화를 논할 수 있게 하는 주요인물들이다. 이들의 노래는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진입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가사를 보면 시선은 섬마을 처녀를 향해 있습니다. 초점이 섬마을 처녀에게 맞춰져 있는 거죠. 처녀의 이루지 못하는 아픈 사랑과 가슴앓이 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런데 나훈아는 어떻습니까?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젊은 청춘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과감하게 얘기하죠. 여기에 가히 혁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래가 나옵니다. 바로 윤수일의 <아파트>죠. 지금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파트>가 노래의 소재로 사용됐다는 것은 드디어 농촌문화와 도시문화의 역전이 일어났다는 걸 의미합니다."이 교수는 그들 셋의 노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을 읽어낼 수 있다고 했다. 농민들을 달래주고 농민의 정서를 노래하던 이미자는 당시 도시로 떠나버리는 농촌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농경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시의 고단한 삶을 선택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 변화를 더 드러내고 노래한 이는 나훈아다. 농경사회에서 남녀간 사랑이 부끄러웠던 그때, 도시남녀의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농촌을 떠나 자신의 뿌리가 뽑힌 사람들의 고단한 사랑이다. 세속적인 정서를 구체적으로 반영했다. 남진의 <님과 함께>를 봐도 도시에 살지만 '저 초원'으로 가고 싶다고 노래한다.
그런 농촌에 대한 향수를 과감히 깨뜨린 게 윤수일의 <아파트>다. 도시의 삶이 농촌보다 나아지기 시작한다. 부동산 붐이 일기 시작한다. 도시문화에 애착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서구적으로 생긴 윤수일은 갈대숲을 지나 있는 아파트를 선망의 주거공간으로 그려냈다. 그 시기는 한국 사회가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체제로 진입해 들어가는 시기와도 맞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