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 소식에 기뻐하는 리비아 시민들.
<알 자지라>
리비아의 42년 독재자 카다피가 20일(현지 시각) 사망했다. 카다피는 고향인 시르테 부근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반군에게 수도인 트리폴리를 내주고 자취를 감춘 지 두 달 만에 카다피는 처참한 시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외적으로 반군을 대표하는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카다피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폭정과 독재의 종말"을 선언했다.
카다피 사망 후 리비아는 축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독재자가 최후를 맞이했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 때문에 트리폴리 도로가 마비되고, 자동차 경적과 축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아랍의 봄'을 맞이하는 데 성공한 것을 자축하는 의미다. 리비아 사람들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튀니지·이집트 사람들보다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2월에 반(反)카다피 봉기가 시작된 후 내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카다피 지지 세력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구심축인 카다피가 사라짐으로써 내전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제 리비아 시민들은 '독재자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러한 리비아 사람들 앞에는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놓여 있다.
'공동의 적' 사라진 반군, 결속력 유지할 수 있을까 먼저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이끌어갈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만만찮은 과제다. 반군의 통합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반군은 카다피 밑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이들부터 이슬람주의자까지 다양한 세력으로 이뤄져 있다. 출신 지역, 부족, 계층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이들이 그동안 뭉친 이유는 '카다피 제거'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군 내부의 분열 가능성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우려한 사항이다.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카다피 세력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때에도 반군 내부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7월에 발생한 반군 최고사령관 압둘 파타 유니스 살해 사건이다. NTC 각료는 압둘 파타 유니스가 반군 내부의 이슬람주의 분파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내부의 균열은 반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한 후에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미스라타(리비아 서부) 출신 반군이 벵가지(리비아 동부) 출신 반군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반군 간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동의 적인 카다피가 사라진 후 반군을 이루는 각 세력이 결속력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는 리비아 재건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인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