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9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남소연
저는 여성이 정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 온 사람입니다. 실제 여성 유권자들에게 나경원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 후보를 '강추'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래 문제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1. 자위대는 참석, 일본군 위안부는 외면 2. 정말 몰랐을까? "여성도우미 항시 대기" 3. 4등 신붓감은 '애딸린 여선생님' 4. BBK 망언, "주어가 없지 않느냐"고? 5. 여성에게 관심없는 무늬만 여성후보 6. 장애 감수성 기대했건만.... 7. 진짜 여자 맘 모르는 '출산가산점' 8. 나 후보의 정책은 '흑색선전'?9. 설마 호주제 폐지도 반대?10. 무상급식 : 서울시민은 찬성, 나 후보는 반대
▲ 자위대는 참석, 일본군 위안부는 외면 2004년 일본의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에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석하셨지요? 그때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은 일본이 다시 제국주의적 침략 야욕을 키우고 있다며 행사장에서 반대시위를 했는데, 혹시 보셨는지요? 제 기대는 나 후보가 할머니들의 시위를 한 번쯤은 살펴보았으면 좋았겠다, 그걸 통해 할머니들의 고통과 민족적 슬픔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나 후보는 자위대 참석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단순 외교행사로 알고 갔다가 서둘러 돌아 나왔다고 했는데, '단순' 외교행사는 무엇입니까? 위안부 생존자들의 문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다룰 외교적 범위에 들어있지 않습니까? 또한, 같은 해 2004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한 역사관 건립을 위한 결의안'에 대해 출석은 하고 표결에는 불참하셨더군요.
자위대 창설 행사에 가고, 표결에는 불참한 행적을 보면서 나 후보의 역사관과 여성의식이 의심스럽네요.
▲ 정말 몰랐을까? "여성도우미 항시 대기" 몇년 전 제가 상담소를 할 때 그 건물 지하에 유흥업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집주인을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청소년 성교육과 가족문제 상담을 하는 여성단체인데, 같은 건물에 여성들에 대한 성적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유흥업소가 들어오는 것만은 막고 싶다"고. 저희가 반대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는 게 도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경원 후보께서는 2010년까지 자신이 소유한 신당동 건물 지하에 유흥주점이 영업하도록 임대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여성도우미까지 있는 유흥주점에서 여성인권 침해가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본인이 국회의원이고, 남편이 판사인 공직자의 신분이라면, 인권침해 가능성 만으로도 임대에 신중해야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요?
▲ 4등 신붓감은 '애딸린 여선생님' 2008년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에 초청받은 당신은 이야기 도중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은 애딸린 여자 선생님"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외모 중시, 이혼녀와 유자녀 여성 비하 의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연간 회비가 1억 원이나 한다는 곳에서 피부 관리는 받는 분이니 그런 발언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또한, '애딸린'이라는 표현이 자녀를 짐덩이로 취급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도 어머니일진대 자녀를 키우는 여자를 최하위로 매겨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더군요. 이런 의식을 바탕에 깔고 출산, 육아지원정책을 말해본들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혼한 여자' 말인데요. 같은 여성으로서 '오죽했으면 이혼했을까'하는 맘은 있으십니까? '못생긴 여자 선생님'에는 참 할 말이 없더군요.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웃자고 옮겼을 뿐"이라고 해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병문안에 흰국화 들고 가서는 "요즘 흰꽃이 유행이에요"라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웃자고 여성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성 비하와 차별로 범벅이 된 말을 옮겼다는 대목에서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