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눈에 비친 민주노총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임춘애의 라면을 예로 들었다. 십 수 년 줄기차게 해명했지만 임춘애는 아직도 라면이다. 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라는 것이 김어준 총수의 조언이다. 다음은 김 총수가 민주노총에 보내는 메시지다. <기자 주>
- 민주노총이 국민에게 친숙히 다가가기 위해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가? "임춘애는, 라면이다. 라면만으로 달린 소녀. 근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다. 간식으로 라면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각색된 거다. 임춘애, 지난 십수 년 동안 줄기차게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춘애는 라면이다. 처음 본 이동 물체를 엄마라 인식하는 오리처럼, 최초 인지된 이미지가 대중에겐 본질이다.
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다. 이걸 바꾸는 건 단순히 이미지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빨강 대신 색동으로 도색하고, 머리띠가 아니라 '마후라'로 교체하고, 빡빡 밀고, 무스 바른 채 작업복 말고 케쥬얼 입고, 운동가 말고 발라드를 부르며, 꽹과리 말고 락밴드 동원하자는 걸, 단순한 마케팅이라 여기면 안 된다. 대중에겐 그게 곧 본질적 변화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건 당사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사람은 입고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결국, 생각도 하니까."
- '대공장 남성 정규직 중심 귀족노조'란 비아냥이 민주노총에 쏟아진다. 민주노총이 조직의 강령을 수호하고 정체성을 지키며,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지노선를 지키며 동시에 경계를 확대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임무다. 난 그 동시 수행이 애초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지노선을 지키는 건 언제나 보수의 역할이다. 그 관점에서 현재란, 한 사회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누적해 온 전통과 규범과 관습이 가장 완숙해져 마침내 도달한 목적지다. 그들은 모든 변화를 의심부터 하는 게 당연하다. 마지노선를 사수하는 건 그들의 몫이다.
반면 변혁은 그렇게 해서 굳어진 경계를 다시 한 번 허물어 보다 넓은 지평을 확보하자는 노력이다. 이 관점에서 현재는, 불완전한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개선하려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인간이나 조직은, 지상에 없다. 그건 바티칸의 교황더러 마디그라(매년 시드니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동성애 축제) 선봉에 서란 요구다. 할 수 없는 걸 하느라 그 고생하는 거다, 씨바. 당연히 둘 중 하나에 방점이 찍혀야 하며, 그렇게 스스로를 나머지 임무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며, 그래서 색동 마후라를 외치는 거다. 나는."
-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는 시민이고 모든 시민은 노동자이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다'라고 말한다. 노동자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진정한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회적 가치 같은, 관념 말고 시민이 노동자라면서 왜 굳이 노동자라는 프레임을 따로 사용하는지부터 묻고 싶다. 왜 그냥 시민이라고 하지 않는가. 같다면서. 시민은 조직하지 않고 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조합의 방식으로는. 직관의 영역에선 당연히 그렇게 수용된다. 노동이란 단어는 조합이 독점한 지 오래다. 그러니 노동자가 곧 시민이란 수사는, 아무리 외쳐대도 일상에선 통하지 않는 등식이란 점부터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또 그래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복지국가란 주장도 와 닿지 않는다. 그 주장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다. 노동을 조합의 언어로 인지한 사람들에겐, 즉시 이런 반론부터 떠오른다. '노동만 존중되면 복지국가인가. 노동도 존중되어야 한다면 모르겠다만.' 복지를 노동이 독점하겠다는 것처럼 '느낀다.' 억울해도 할 수 없다. 모두를 일대일로 계몽할 순 없는 노릇이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지향과 목표를 말하는 것보다 그 목표에 적합한 수단을 채택 했는가, 스스로 의심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 2012 총선과 대선을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는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그건 선수들의 몫이다. 난 그냥 주제넘은 관전자일 뿐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선명성을 극대화해 내 포지션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맥락에서의 노력은 모조리 실패할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런 걸 잠자코 지켜 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시국이 아니다. 거기 올인 하는 정치 세력은 잉여로 전락할 것이다. 마음은 대단히 한정된 자산이니까.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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