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도깨비방망이 처럼 뚝딱차려진 어머님의 밥상. 남도의 맛과 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김용국
호수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다도해는 남도 별미의 원천이자 창고다. 그래서일까? 혹시 전라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알아낸 맛집 정보가 없더라도, 맛집 정보를 척척 알려주는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너무 걱정 마시라. 전라도 변두리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 백반만 시켜도 '듣보식'(듣도 보도 못한 푸짐한 음식)들이 반겨주니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을까?
그래도 못 믿겠으면, 항구도시의 허름한 중화요릿집 아무 곳에나 들어가 짬뽕 한 그릇 시켜보라. 신선도 불명에 부위까지 불분명한 주꾸미 파편에 냉동된 해산물 두어 개가 전부인 서울식 짬뽕과는 차원이 다르다. 짬뽕 한 그릇에 담긴 풍요로운 내용물 구성에 그저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말 것이다. 그야말로 '안구 정화'에 '미각 정화'는 물론 '일석이조'에 '금상첨화'다.
'먹을거리'만 찾아 다녀도 후회 없는 곳!
보통 짬뽕을 시키면, 거짓말 조금 보태 손바닥만한 홍합과 꼬막이 어우러진 그윽한 육수에, 운 좋으면 새우와 쏙은 물론 오징어까지 만날 수 있는 즐거운 경험 역시 남도가 전해주는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전라도 음식은 기름진 평야의 풍부한 곡식은 물론 각종 해산물, 산채 등 다른 지방에 비해 재료가 풍부해 부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특히 재료의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는 해산물 요리는 남도 바닷가가 아니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그만큼 손도 많이 가니 음식에 대한 정성도 유별나다.
그리 맵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맛깔나게 만들어내는 맛의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전라도는 다른 구경 하나도 안 하고 맛있는 것만 찾아다녀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전라도를 찾으면 '볼거리'보다 '먹을거리'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열 반찬 안 부럽다는 알싸한 돌산 갓김치의 맛과 향에 간장게장이 보태지는 조합을 그 어떤 음식이 따를 수 있단 말인가. 게딱지에 얹은 흰 쌀밥에 갓김치 한 조각! 기교를 부리지 않은 이토록 단순한 조합이, 밥도둑을 향한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하지만...이것들도 남도음식의 신호탄 수준에 불과하다.
벌교는 꼬막비빔밥, 꼬막전, 꼬막무침, 양념꼬막 등 꼬막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맛을 제공하며 입맛을 사로잡는다. 어디 그뿐인가, 순천만과 영암의 별미인 짱뚱어탕은 진하고 고소한 맛이 강한 보양식중의 으뜸이다. 나주의 별미인 영산포 홍어와 막걸리, 담양 죽녹원에서 맛보는 죽순 요리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열거하기도 힘든 전라도의 음식 맛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며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너희가 금풍생이 맛을 알아? 국민김치인 갓김치와 게장백반 말고도 여수를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별미가 있었으니, 바로 '금풍생이 구이'와 '서대 회'다. 서대는 꽤 들어본 것도 같은데 금풍생이라?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나므로 주로 여수 순천 지역에서 별미인 이 금풍생이는 이름조차 생소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