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텃밭도 녹지공간입니다"

[도시의 보습력을 높여라-도시생태복원 프로젝트②] 도시농업, 도심의 텃밭 공원 활용 방안 모색

등록 2011.10.19 14:39수정 2011.10.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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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개발 등 하루하루 급격히 변해가는 도시화로 인해 도시민들은 점점 정서적 여유를 잃게 되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른 변화에 지친 도시민들은 건강과 여유를 찾고 싶어하며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스스로 가꾼 농산물을 가족에게 공급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졌다.

우리가 사는 생활공간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텃밭, 옥상, 실내정원 등 인간 중심의 생산적인 여가활동인 도시농업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농업이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다. 여기에 농사활동을 통해 도시 생태계의 보전과 사회 공동체 회복에도 큰 효과가 인정되면서 도시농업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도심 내 자투리 땅, 가치 있게 잘 활용해야

 청주시 흥덕구 수곡2동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인근 아파트 뒤편에 마련된 텃밭에서 무를 수확하고 있다. 이렇게 수확한 농작물은 마을 취약계층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달된다.
청주시 흥덕구 수곡2동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인근 아파트 뒤편에 마련된 텃밭에서 무를 수확하고 있다. 이렇게 수확한 농작물은 마을 취약계층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달된다.신용철

충북 청주의 청주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청주새마을부녀회는 도심 내 텃밭을 통해 환경보호와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청주 한씨 종손이 무상으로 대여해준 땅, 청주시 흥덕구 수곡2동 두진백로아파트 101동 뒤편 700여 평 공간 중 일부를 텃밭으로 경작해 얻은 알타리무 150단 정도를 매년 지역 불우이웃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10년 넘게 불우이웃들을 도와 온 이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야채가게 등에서 채소를 사와 연말에 불우이웃을 도왔다고 한다. 청주새마을지도자협의회 김병무 회장은 "5~6년 전에 한 회원이 혼자 사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접 농산물을 수확해 전해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시작하게 됐다. 텃밭을 가꾸며 파종, 밭갈이, 수확을 할 때 회원들이 모여서 일하면서 오히려 화합도 더 잘 되고, 여러운 이웃들에게 배달해줄 때 고마워하며 잘 먹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내년에는 더 열심히 일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농작물을 수확해 불우이웃들을 돕는다는 것이 알려지자 청주 외곽 지역에서 땅을 기증하거나 대여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회원들과 먼 곳까지는 가서 경작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힘들다"면서 "도심 내 자투리 땅을 활용해 텃밭을 가꿔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참 좋다. 보다 많은 도심 내 자투리 땅들이 좋은 일에 쓰여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주민자치센터에서도 현재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땅을 이용해 고구마를 심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한 관계자는 "개발이익에만 가려져 놀고 있는 땅이 청주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땅들을 잘 활용해 채소 경작을 하거나 도심 내 녹지공간을 만들어 도시 공기청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시는 녹색청주협의회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 녹색추진도시 핵심과제로 60여 개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3달 가량 논의에 들어갔다. 그중 생태환경 과제로 인공녹지축, 하천축, 산림축 등 그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한 세부정책으로는 1004만 그루 나무심기, 1004개 손바닥 공원 구성 등이 있다. 또 장기적인 계획으로 청주시 진입로 가로수길을 로드파크로 환원해서 시내 중심지까지 이어지게 하려 하고 있다.

녹색청주협의회 창립준비위원회 총괄간사를 맡고 있는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도시 텃밭 등 도시농업에 대해서 "녹색추진도시 여러 가지 정책과제 중 부분적 프로그램으로 도시 텃밭 분양을 해서 시민들이 각자 채소를 직접 가꿔 먹고 농업 체험도 하는 등 도시농업을 해 보자는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도시농업, 순기능과 공익적 가치

도시농업의 순기능으로 몇 가지 과학적 이유가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스티브 카플란(Steven Kaplan)교수는 자연이 인간정신에 미치는 이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은 자연을 체험하면 기력이 회복되며, 특히 식물의 녹색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미국의 대기환경 전문가인 울버튼(B.C. Wolverton) 박사는 사람이 식물 근처에 있거나 식물을 돌보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였으며, 우리나라 정신과 전문의인 이시형 박사도 숲 치료, 가드닝을 통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그의 책 '산림 치유'를 통해 밝혔다.

도시농업은 공익적인 가치도 크다. 도시의 텃밭이나 건물옥상의 농원, 자연학습장은 자체가 삭막한 도시 속 녹지구역이다. 나비들이 날아오고 풀 씨앗들이 떨어져 나면서 도시의 녹색생태계를 건강하게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해주며, 미적 경관을 좋게 하여 도시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식물의 호흡을 통해 산소와 수분을 배출하고 다양한 유해가스를 흡착하여 도시를 맑게 해준다. 특히 건물 옥상과 외벽에 심어진 식물들은 여름철 열대야 경감, 건물의 냉난방비 경감 등 에너지 절감에도 크게 기여한다.

도시농업은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도구로써 고령 사회의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능한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되며 공생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데, 정신적 풍요를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시 내 텃밭 활용 등 도시 농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지자체 등에서 얼마나 이 일에 핵심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느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충청리뷰 #텃발 #녹지 #새마을부녀회 #수곡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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