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유성호
가수만 그런 것 같진 않다. 얼마 전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강행해 스스로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형적인 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18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실패한 정치인일 뿐이지만, 주위에서는 여전히 그를 '투명하고 깨끗한', 닮고 싶은 변호사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잘 생긴 외모에다 고려대 출신이라는 학벌, 그리고 변호사로 활약하며 특히 1990년대 인기 TV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얻은 대중적 인기에 이르기까지 그는 웬만한 흠결 정도는 너끈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를 지녔다.
더욱이 이후 어느 정수기 회사의 TV 광고에 출연한 것은 기존의 선한 대중적 이미지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광고 중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만들고 싶다)'라는 그의 감미롭고 자상한 멘트는 그야말로 여성층을 중심으로 맹목적인 지지 세력을 만들었다. 광고주의 상품이 아닌, 되레 모델을 띄워 준 광고였던 셈이다.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한 발판이라는 서울시장에 무난하게 당선된 그의 탄탄대로 같은 정치 이력도 선한 대중적 이미지가 가져온 결과라 해도 무방하다. 이미지 덕에 당선된 탓인지 그가 펼친 정책 또한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과 같이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긴 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도 '자수성가한 CEO'라는 이미지 덕을 본 것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몇 해 전 어느 방송사 드라마를 통해 그려낸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주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순간 정치적 자산이 되어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드라마 속 '유동근'에 '이명박'이 유권자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오버랩된 것이다.
나경원이 선전할 거란 아내 예측이 맞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