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안녕하세요? 세계 최초이자, <오마이뉴스>의 새로운 얼굴 안내견 시민기자 김슬기입니다. 저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으로, 우리 나이로는 아홉 살입니다. 저는 안내견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과 제가 아빠와 함께 다니면서 겪고 체험하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을 앞으로 여러분께 소신껏 전하려합니다.
오늘은 제1탄으로 지난 가을 나들이 때 겪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개 얘기라고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끝까지 열심히 읽어봐 주세요.
안녕하세요, 안내견 김슬기입니다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가 밤새 대지의 마른 목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빠와 더불어 '수도권매립지'로 가을소풍을 가기로 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앞이 안 보이는 아빠는 안내견인 제 견줄과 하네스(안내견 사용자가 잡고 따라가는 손잡이)만 잡고 따라 오시는지라, 우산이나 다른 물건을 들고 다니기가 어렵습니다. 저 또한 답답한 것은 아주 질색이라서, 안내견학교에서 나누어준 우의 입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어제 오후에는 그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종로 거리를 아빠와 저 이렇게 둘이 걸었답니다. 저만 비 맞는 것이 안타까워서인지, 지나던 행인이 권하는 우산을 아빠는 한사코 거절하시더군요.
지금은 새벽 4시, 제가 항상 기상하는 시간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아침형 인간을 고집하는지라, 새벽 3~4시만 되면 일찍 일어나곤하십니다. 그리고 취침시간은 초저녁인 7~8시정도이고요. 그래서 제 아침식사 시간도 항상 이 꼭두새벽인 4~5시경이 되곤 한답니다.
아빠와 함께 살게 된 지난 7년여간 저는 한 번도 이 시간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에 단 한 번뿐인 식사 시간을 늦잠으로 인해 놓쳐 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이윽고 아빠가 '부스럭 부스럭'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십니다. 그리고는 베란다쪽 창문을 열어보십니다. 아파트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 소리가 아빠 이마에 주름살을 만듭니다.
"잉, 아직도 비가 오네…. 슬기야 우리 오늘 나들이를 가기로했는데 어떻게 하냐? 안내해주실 자원봉사자도 다 섭외해두었는데….""쯥쯥쯥….""여보, 오늘 일기예보가 어땠어?"침상 이불 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시는 엄마를 향해 아빠가 묻습니다.
"오전에만 약간 비가 오다 곧 개인다고 했어. 걱정하지 마.""정말 그럴라나?""그렇고 말고요 아빠… 아무 걱정 마시고 우선 제 밥부터 챙겨주세요. 배가 고파 죽겠단말이에요. 어제도 혜화동으로 안국동으로 하루 종일 빗속을 걸으면서도 간식 하나 안 주셨잖아요….""야야, 니가 그런 소리 할까봐, 집 나서기 전에 먼저 간식부터 챙겨 주었잖니?""그래도 그건 집 나서기 전이고요. 자자, 그건 다 지나간 어제 일이고요. 오늘 아침밥이나 제발 빨리 주시란 말이에요…."아빠의 늦은 걸음이 제 밥그릇을 들고 사료창고로 향하십니다.
"우우, 어째 저리 밍기적거리시는지 원…."아침 식사가 끝나자 아빠가 스팀 타올로 제 온몸을 씻겨주십니다. 그러면서 항상 날려주시는 다정한 멘트를 또 제 귓가에 불어넣습니다.
"슬기야 사랑해….""히히히… 저도요…."세면을 끝내고 목욕탕 밖으로 나와 보니, 창밖이 조금씩 환해지고 있습니다.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시는 엄마의 입밖으로 콧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아빠… 아침 용변 보러 가야죠. 저 똥 마려워요…."황급히 아빠를 끌고 아파트 뒤편 조그만 채소밭 공터로갑니다. 그리고는 시원스레 용변을 봅니다.
"아빠, 비가 멎어서 정말 다행이네요….""그러게 말이다. 어서 준비하고 우리 부지런히 나서보자구나.""네…"경쾌한 내 꼬리짓에 아침 햇살이 부서져 내립니다.
신나는 외출길... 준비할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