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26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강 : "박 후보는 특정정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도덕적 기반을 한나라당이 공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박 후보 측이 적극적인 대응전략 카드를 못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현실 정치 성격이 강한 자리다. 이번 선거가 아주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 중앙 정치적 행사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속성이 있는 것임에도 그런 문제조차 제대로 제기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이 잘못된 게 아니라 박 후보가 선거판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 :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경쟁 게임이다.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가 너무 과도하다 보니 정책 이슈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네거티브는 결국 국민들이 정치에 가졌던 불신과 환멸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유동층을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인 것 같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때문에 시민후보로서 박 후보가 등장한 것인데,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인해 정치적 무관심층이 다시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강 : "박 후보가 안철수 교수보다 먼저 서울시장 출마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 안철수 바람에 편승해 등장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요구가 그 바람에 담긴 것인데, 한나라당의 네거티브에 대해 방어와 변호, 해명으로 끌려가니 유권자들이 보기엔 답답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번 서울시장 선거 전략은 인물 구도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인물보다는 더 큰 의미, 이번 선거가 갖고 있는 여러 의미를 잘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풍'에 깔린 정서를 반영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내가 왜 시장에 적합한가 그 점을 잘 알려야 하는데 부족하다."
김 : "박 후보는 야권단일후보인 동시에 시민정치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당정치의 대체재든 보완재든 시민정치가 변화에 대한 바람에 잘 부응해야 하는데, 여전히 시민정치와 시민주도성의 의미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시민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박 후보는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의 경험에 기반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풍부하고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 민주화 과정이 사회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볼 수 있다면, 그 사회운동을 주도한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짧은 게 아쉽다."
"박원순, 연합군 제대로 조직 안 되면 힘들 수도"- 그렇다면 남은 선거운동 기간 시민후보는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강 : "구술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폭넓은 형태의 정치적 불만이나 변화에 대한 욕구를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한나라당의 나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 후보가 지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을 결집시키는 이유다.
반면, 박 후보는 왜 자신을 꼭 찍어야 하는지, 상당히 막연하다. 충분히 어필이 안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MB에 반대하는 그룹이 결집하기 위한 효과적 무기가 잘 안 보인다. 이 층을 투표장으로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후보 첫 TV연설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이 복지예산이었는데, 나 후보처럼 인신공격 같은 네거티브를 안 하겠다고는 해도 이명박-오세훈 10년의 정책실패와 전환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얘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현재로선 나 후보가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김 : "판세를 보면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다. 오늘 월요일 여론조사를 보면 적극 투표층에서는 한나라당 나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숨은 표'가 이번 선거에는 상당히 줄었을 거라고 볼 때, 앞으로 남은 시간이 중요하다. 누가 마지막으로 더 힘을 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연구자의 관점에선 아무래도 시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 경쟁을 눈여겨보게 된다. 선거에선 여러 정책들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른바 '상징정책'이 있어야 한다.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치렀던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생각해 보면 된다. 교육, 주거, 일자리 창출 등에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징정책을 한 가지만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캠프 입장에서는 이미 여러 정책을 내놨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시선이다. 오세훈 시장하면 떠올리는 게 '디자인 서울'이다. 시민들에겐 여전히 각 후보의 비전과 정책이 와 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