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서울 논현동 자택.
권우성
작년 11월 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는 대통령실이 요청한 '직전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부지 매입비'를 심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주변 경비시설 땅값으로 200평 부지에 해당하는 예산 70억 원(2011년도분)을 요청했는데, 이 중 '추가비용 발생 시 예비비로 충당한다'는 조건 하에 30억 원이 삭감, 최종 40억 원으로 결정됐다(2012년 예산에 반영할 건축비 30억 원이 빠진 것이다).
이 액수는 김영삼 대통령 9억5000만 원, 김대중 대통령 7억 원, 노무현 대통령 2억5000만 원에 견주어 터무니없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내곡동 사저부지 사건의 본질이 전혀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5월 논현동 땅을 사겠다는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을 비밀리에 내곡동 땅 매입에 전용했다. 그것도 청와대 경호처 예산 42억8000만 원과 이 대통령의 아들(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시청에서 슬리퍼 신고 히딩크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한) 이시형씨의 돈 11억2000만 원을 합쳐 사저 부지와 경호지 부지를 공동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불법의 소지가 나타난다. 경호처는 원래 책정된 예산에서 초과된 2억8000만 원을 국회 합의대로 예비비에서 쓴 것이 아니라 경호장비 구입비를 끌어다 전용한 것이다(비밀 유지를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이시형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 3년차로 2008년 신고 재산이 3656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11억2000만 원이나 되는 목돈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고 친척에게 차용해 마련했다고 했다. 여기에서는 편법 증여와 부동산실명제 위반의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이시형씨는 지분 배분 과정에서 54%를 가져갔다. 이것은 이시형씨의 '권력형 부당 취득'이자 경호처의 '배임'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해당 부지를 54억 원에 매입을 했는데, 경호실 부지를 42억8000만 원에 매입했다면, 그 돈으로 사저 및 경호부지 전체를 매입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시형씨가 11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고, 실제로 지불한 돈이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박 의원 말대로라면 이시형씨는 실제로 한 푼도 내지 않고 가격 조작을 통해 국가예산으로 자기 땅을 확보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내곡동 사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기 사저를 이런 방식으로 마련하고, 비서관과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명박이다.
이런 대범(?)함이 있었기에 그는 BBK와 도곡동 땅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그리고 '조그마한 허점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하지만 내곡동 사저 땅에는 도곡동 땅과는 달리 적지 않은 허점이 남겨져 있다.
이번에 매입한 사저 및 경호 부지의 가격은 실제로는 80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것을 54억 원에 매입했으니 누가 보아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말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 부지 내 있었던 고급 한정식집 '수양'의 건물과 대지를 매입하면서 '수양'의 건물 가격을 '0'원으로 처리한 것도 석연치 않다.
그는 "한정식집 '수양' 소유주가 올해 계속 영업하려고 하다가 돌연 이시형씨와 청와대 대통령실에 80억 원짜리 매물을 54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수양'이 '2011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으로 지정됐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건의 본질, 땅의 '진짜 주인'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