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홍삼액을 선물받고 있다.
남소연
두 후보 모두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나 후보는 5만 호, 박 후보는 8만 호를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의 경우 오세훈 전 시장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보다 2만 호를 더 늘려잡은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SH공사의 부채 16조 원과 서울시의 재정상황을 고려치 않은 비현실적 공약이라는 것이다. 임대주택 1채당 1억 원가량의 재정이 투입돼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나 후보의 경우 5조 원, 박 후보의 경우 8조 원의 추가 재원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임대주택이 들어설 부지 마련도 필수다.
실현가능성에 대한 공세는 박 후보보다 3만 호나 물량을 적게 잡은 나 후보가 주도하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 11일 KBS가 주최한 TV토론에서 "아무리 계산해도 8만 호 공급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임기 내 7조 원의 부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8조 원의 예산을 마련하겠느냐는 것이다. 나 후보 측은 서울시가 지난 30년간 공급한 임대주택이 12만 호였다는 점, 서울에 임대주택을 지을 가용부지가 많지 않은 상황인 점을 들어 박 후보의 8만 호 공급 공약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운동본부장은 "1억 원으로도 전세를 구하기 힘든 곳이 서울"이라며 "공공임대주택 8만 호를 공급하려면 대략 10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기존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리모델링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신축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부동산학과)도 "시의 부채를 줄이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 마련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8만 호 공급은 목표치를 너무 많이 잡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8만 호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KBS TV토론에서 "오 전 시장의 공약은 중대형 중심의 6만 호 공급이었는데 이를 소형으로 바꾸면 더 많은 물량을 만들 수 있다"며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구입한 후 리모델링을 통해 소형주택으로 만들고 20평 이하의 원룸을 만들면 대학생이나 1인 가구 등에 충분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 "박 후보는 프랑스·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매입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라 오히려 더 적은 재정을 투입해 충분히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도심지 내 빈 땅이 적어 공공임대주택 물량의 30% 밖에 소화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다양한 공급 방식을 사용해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집중하던 당시에는 중앙정부의 정책·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박 후보의 주거정책과 중앙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을 병행한다면 서민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부동산 시장 침체에 뉴타운 표류... 실효성 의심